Intro. 오디세이 영화 평점은 어느정도일까

영화가 끝났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객석에서는 바로 일어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거의 3시간 동안 트로이 전쟁을 지나고, 거친 바다를 건너고, 괴물을 만나고, 한 남자가 20년 만에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따라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극장을 나온 사람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습니다.
“이건 극장에서 봐야 한다.”
“놀란 영화 중에서도 손에 꼽힌다.”
반대편에서는 이런 이야기도 나옵니다.
“잘 만든 건 알겠는데 너무 길다.”
“초반에는 누가 누군지 정신이 없다.”
“평점이 너무 높은 것 아닌가?”
도대체 같은 영화를 보고 왜 이렇게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걸까요?
《오디세이》의 평점을 숫자만 놓고 보기보다,
사람들이 어디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어디에서 불만을 느끼는지 따라가 보면 이 영화의 성격이 훨씬 선명하게 보입니다.
평점이 높은 이유는 의외로 ‘거대한 볼거리’ 하나가 아니다
《오디세이》를 처음 보면 높은 평가의 이유를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맷 데이먼 주연.
거대한 제작비.
IMAX 필름 촬영.
실제 바다와 로케이션.
트로이 전쟁과 키클롭스까지.
말 그대로 극장용 블록버스터의 조건을 거의 다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좋은 평가를 따라가다 보면 단순히 “화면이 엄청나다”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야기는 스케일과 인간의 감정을 동시에 잡았다는 것입니다.
거대한 바다가 펼쳐집니다.
그 한가운데 작은 배 한 척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오디세우스가 서 있습니다.
트로이를 무너뜨린 영웅이지만 바다 앞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이 대비가 영화 전체를 관통합니다.
화면은 점점 커지는데 오디세우스라는 인간은 오히려 점점 작아집니다.
그리고 관객은 그 과정에서 '전설 속 영웅'이 아니라,
두려워하고 후회하고 도망치는 한 인간을 만나게 됩니다.
트로이 목마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평범한 영웅 영화와 달라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트로이 목마 이야기는 통쾌합니다.
10년 동안 무너지지 않던 트로이를
오디세우스의 기발한 계략 하나로 무너뜨립니다.
그야말로 지략가 오디세우스의 가장 위대한 순간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승리한 병사들보다
오디세우스의 얼굴을 오래 바라봅니다.
목마에서 병사들이 나옵니다.
성문이 열립니다.
도시는 불타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죽습니다.
그리고 오디세우스는
자신이 만들어낸 승리를 바라봅니다.
이때부터 이야기가 이상해집니다.
분명 전쟁에서 이겼는데
주인공의 표정은 승리한 사람의 얼굴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훗날 이 사건을 노래할 것입니다.
“위대한 오디세우스가 트로이를 무너뜨렸다.”
하지만 오디세우스에게 남은 기억은 다릅니다.
“내가 저 일을 시작했다.”
이 한 가지 시선의 변화가 이후 10년간의 귀향을 완전히 다르게 만듭니다.
그래서 《오디세이》에 높은 점수를 주는 사람들은 화려한 신화의 재현뿐 아니라
이미 알고 있던 신화를 전혀 다른 감정으로 보게 만든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게 됩니다.
172분이 짧게 느껴진다는 사람과 너무 길다는 사람이 동시에 나온다
문제는 러닝타임입니다.
172분이면 거의 3시간입니다.
영화 한 편을 가볍게 보고 나오기에는 분명 긴 시간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같은 172분을 두고 반응이 정반대로 갈린다는 것입니다.
몰입한 사람에게는 오디세우스와 함께 여러 세계를 이동하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트로이가 나오고,
바다로 나가고,
폴리페모스를 만나고,
다시 기억이 과거로 돌아가고,
페넬로페와 텔레마코스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하나의 사건이 끝날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열립니다.
반면 이 구조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에게는
이야기가 상당히 길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초반부터 친절하게 모든 것을 설명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인물이 등장하고,
시간이 바뀌고,
과거와 현재가 섞입니다.
“잠깐, 지금이 트로이 전쟁 전인가 후인가?”
“저 사람은 누구였지?”
이런 순간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172분이라는 숫자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놀란식으로 정보를 조금씩 조립하는 이야기를 좋아하느냐에 가깝습니다.
원작을 모르면 정말 재미없을까?
이것도 평가가 갈리는 부분입니다.
오디세우스.
페넬로페.
텔레마코스.
아가멤논.
메넬라오스.
폴리페모스.
칼립소.
이름만 늘어놓아도 그리스 신화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오디세이아》를 미리 읽고 극장에 갈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사실 줄거리의 뼈대는 아주 단순합니다.
전쟁을 끝낸 남자가 가족에게 돌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이것만 알고 들어가도 큰 흐름은 따라갈 수 있습니다.
오히려 신화를 잘 아는 사람에게는 다른 재미가 생깁니다.
“원작의 이 장면을 이렇게 바꿨구나.”
“포세이돈을 직접 보여주지 않는구나.”
“이 사건을 오디세우스의 죄책감과 연결했네.”
같은 이야기를 하나 더 읽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원작 지식은 입장권이라기 보다 두 번째 해설 트랙에 가깝습니다.
없어도 볼 수 있지만 있으면 더 많은 것이 보입니다.
화면에 높은 점수가 몰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영화에서 호불호와 별개로 강점으로 꼽히기 쉬운 부분은 역시 촬영입니다.
《오디세이》는 IMAX 필름이라는 대형 포맷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실제 자연과 인간의 크기를 대비시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선명하다'가 아닙니다.
끝없는 바다가 화면을 채웁니다.
절벽이 솟아 있습니다.
거대한 구조물이 인간을 압도합니다.
그리고 화면 한쪽에 사람이 아주 작게 서 있습니다.
TV나 스마트폰에서도 줄거리는 똑같습니다.
하지만 극장에서 보면 감각이 달라집니다.
오디세우스가 바다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관객 역시 바다 앞에 서 있는 것 같은 압박을 받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의 영상미에 높은 점수를 주는 관객이라면 자연스럽게 IMAX 평가까지 함께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스토리를 보여주는 카메라가 아니라
오디세우스의 세계 안으로 관객을 밀어 넣는 카메라에 가까운 것입니다.
그런데 액션 블록버스터를 기대했다면 점수가 내려갈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포스터만 보면 거대한 액션 영화처럼 보입니다.
트로이 전쟁이 있고,
거인이 있고,
배가 있고,
폭풍이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의 중심은 괴물과 싸우는 액션 자체가 아닙니다.
오디세우스가 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포세이돈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괴물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폭풍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질문이 달라집니다.
“혹시 오디세우스 자신이 돌아가기를 두려워했던 것은 아닐까?”
전쟁이 끝나면 영웅도 다시 평범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남편이 되어야 하고,
아버지가 되어야 하고,
자신이 전쟁에서 했던 일과 마주해야 합니다.
그래서 모험 영화가 어느 순간 심리극으로 변합니다.
이 지점을 좋아하면 평점이 올라갑니다.
반대로 괴물과 전투가 계속 이어지는 빠른 액션 영화를 기대했다면 “생각했던 영화와 다른데?”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습니다.
‘어두운 영화’라는 평가도 여기서 나온다
오디세우스는 전쟁에서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승리보다 승리 이후에 남은 것을 바라봅니다.
죽은 사람.
잃어버린 부하.
파괴된 도시.
죄책감.
그리고 기억.
그래서 화려한 영웅담을 기대했다면 생각보다 영화가 무겁게 느껴집니다.
특히 《오펜하이머》를 떠올리게 하는 지점도 있습니다.
한 인간이 자신의 선택으로 거대한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세상은 그것을 업적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당사자는 그 결과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트로이 목마 역시 비슷합니다.
세상에는 천재적인 전략으로 남았습니다.
오디세우스에게는 자신이 만들어낸 죽음으로 남았습니다.
그래서 영화의 질문은 “오디세우스는 얼마나 위대한 영웅인가?”가 아닙니다.
“자신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결과를
인간은 어떻게 짊어지고 살아가는가?”
이런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굉장히 깊게 들어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극장에서 가볍게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면 무거울 수 있습니다.
높은 평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취향과 맞느냐’다
결국 평점 숫자만 보고 무조건 봐야 하는 영화라고 판단하는 것은 조금 위험합니다.
《오디세이》의 장점과 단점은 사실 같은 곳에서 나옵니다.
천천히 쌓아 올리는 서사는 어떤 사람에게는 깊이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지루함입니다.
비선형적인 구성은 어떤 사람에게는 퍼즐을 맞추는 재미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불친절함입니다.
어두운 심리 묘사는 어떤 사람에게는 깊은 여운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피로감입니다.
3시간 가까운 러닝타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평점을 이렇게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점수가 몇 점인가?”보다 “사람들이 왜 그 점수를 줬는가?”
그 이유가 내 취향과 맞는지가 중요합니다.
이런 사람이라면 높은 평점에 공감할 가능성이 크다
《인터스텔라》처럼 거대한 스케일과 인간적인 이야기가 함께 있는 영화를 좋아한다면 잘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펜하이머》처럼 한 인물의 선택과 그 이후의 죄책감을 오래 따라가는 이야기를 좋아해도 그렇습니다.
실제 로케이션과 대형 화면에서 오는 압도감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이미 알고 있는 신화를 현대적으로 비틀어 해석하는 작품을 좋아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반대로 빠른 전개를 선호하고,
긴 러닝타임을 힘들어하며,
복잡한 인물 관계나 시간 이동을 싫어한다면
높은 평점만 믿고 들어갔다가 기대보다 답답하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순수한 그리스 신화 판타지를 기대하는 사람도
취향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영화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신의 능력보다
신을 믿었던 인간의 마음에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결국 오디세이의 평점이 높은 진짜 이유
《오디세이》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를 IMAX, 제작비, 배우, 액션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합니다.
이 영화가 끝까지 붙잡는 질문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사람은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
오디세우스는 20년 만에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그동안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아들은 자랐습니다.
아내는 혼자 왕국을 버텼습니다.
자신도 변했습니다.
그러면 이타카에 도착했다고 정말 집으로 돌아온 것일까요?
영화는 거대한 전쟁과 괴물, 폭풍을 지나 결국 아주 작은 곳에 도착합니다.
한 남자와 한 가족입니다.
그래서 어떤 관객에게는 172분짜리 거대한 신화 영화로 끝납니다.
하지만 어떤 관객에게는 극장을 나온 뒤에도 질문 하나가 계속 남습니다.
20년 동안 변해버린 사람이 다시 가족에게 돌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그 질문까지 따라간 사람이라면,
왜 누군가가 《오디세이》에 그렇게 높은 점수를 주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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