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오디세이 영화 추천하는 이유

솔직히 조건만 놓고 보면 가볍게 추천하기 좋은 영화는 아닙니다.
러닝타임은 거의 3시간.
원작은 약 3천 년 전 만들어진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등장인물 이름부터 오디세우스, 텔레마코스, 페넬로페, 폴리페모스….
“그리스 신화 잘 모르는데 봐도 되나?”
이 생각부터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아주 단순하게 바꿔보면 갑자기 친숙해집니다.
20년 만에 집으로 돌아가는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그 남자는 전쟁에서 이겼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영웅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자신이 영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쟁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고,
자신이 내린 선택 때문에 죽은 사람도 있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 아내와 아들을 만나야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집으로 가지 못합니다.
괴물을 만나고,
폭풍을 만나고,
아름다운 유혹에 빠집니다.
처음에는 신들이 그를 방해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슬슬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혹시 이 사람, 집으로 못 가는 게 아니라 안 가고 있는 것 아닐까?”
바로 여기서 《오디세이》가 재미있어집니다.
거대한 괴물 영화를 기대했다면 절반만 맞았다
예고편이나 포스터를 먼저 보면 기대하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거대한 바다.
트로이 전쟁.
트로이 목마.
키클롭스.
폭풍.
IMAX.
맷 데이먼.
당연히 엄청난 스케일의 신화 블록버스터를 예상하게 됩니다.
실제로 《오디세이》는 그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상당히 극단적인 제작 방식을 택했습니다.
거대한 세트를 실제로 만들고,
실제 자연 속으로 들어가고,
바다 위에서 촬영하며 IMAX 필름 카메라를 적극적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크기가 아닙니다.
오디세우스라는 사람입니다.
처음에는 전설적인 영웅처럼 등장합니다.
트로이 목마를 생각해낸 지략가.
10년 전쟁을 끝낸 남자.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영웅이라는 껍질이 하나씩 벗겨집니다.
실수합니다.
욕심을 부립니다.
사람을 잃습니다.
도망칩니다.
후회합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 키클롭스보다 오디세우스의 얼굴을 더 유심히 보게 됩니다.
트로이 목마를 알고 있다면 오히려 더 재미있다
트로이 목마 이야기는 대부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리스군이 거대한 나무 말을 남기고 퇴각한 척합니다.
트로이 사람들이 목마를 성 안으로 들입니다.
밤이 되자 그 안에 숨어 있던 병사들이 나옵니다.
성문을 엽니다.
트로이는 멸망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오디세우스의 천재적인 전략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카메라 위치를 살짝 바꿉니다.
승리한 그리스군이 아니라 불타는 도시를 바라보는 오디세우스 쪽에 서는 것입니다.
자신이 생각해낸 작전 때문에 사람들이 죽습니다.
집이 불탑니다.
도시가 사라집니다.
그러자 같은 트로이 목마가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사람들에게는 영웅의 업적입니다.
하지만 오디세우스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트로이 전쟁은 화려한 과거가 아니라
오디세우스가 20년 동안 끌고 다니는 상처의 시작점이 됩니다.
이 관점을 알고 보면 이후의 모든 모험이 조금씩 다르게 보입니다.
키클롭스가 나타나는 순간에는 그냥 큰 화면으로 보고 싶어진다
물론 심리극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키클롭스 같은 존재가 등장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거대한 인간형 존재 앞에 오디세우스와 부하들이 놓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괴물이 크다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이 작아 보인다는 것입니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를 무너뜨린 영웅입니다.
그리스 세계에서는 이름만 들어도 아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거대한 자연과 괴물 앞에 세워놓으면 그냥 인간 한 명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IMAX 촬영과 상당히 잘 맞습니다.
끝없는 바다와 절벽이 화면을 채우고 그 한가운데 작은 인간이 놓입니다.
화면은 커졌는데 주인공은 오히려 더 작아 보입니다.
“아, 인간이 생각보다 별것 아니구나.”
오디세우스가 20년 동안 배우는 것도 어쩌면 이것입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IMAX로 보고 싶은 영화다
이 영화에 관심이 있다면 일반관과 IMAX 사이에서 고민할 가능성이 큽니다.
《오디세이》만큼은 IMAX를 고려할 이유가 충분합니다.
단순히 화면이 크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실제 자연과 대형 포맷 촬영을 영화의 경험 자체로 활용하는 쪽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바다가 화면 대부분을 차지하고,
절벽 아래 사람이 서 있고,
거대한 구조물과 인간의 크기가 대비됩니다.
이런 장면은 작은 화면에서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체감은 다릅니다.
특히 오디세우스가 거대한 자연 속에 던져졌다는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큰 화면의 장점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놀란 영화를 볼 때 “어차피 나중에 OTT로 보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편이라도 이번 작품은 극장에서 먼저 볼 이유가 있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3시간 동안 괴물만 때려잡는 영화는 아니다
이 부분은 알고 들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빠른 액션과 괴물의 연속 등장을 기대한다면 생각보다 묵직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갑니다.
오디세우스의 기억이 등장하고,
페넬로페의 이야기가 나오고,
아들 텔레마코스의 시선도 들어옵니다.
이미 알고 있는 사건도 바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조각을 먼저 보여주고 나중에 의미를 이해하게 만드는 방식이 사용됩니다.
놀란의 다른 작품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익숙한 재미입니다.
“아까 그 장면이 그래서 나온 거였구나.”
뒤늦게 앞의 장면이 연결됩니다.
따라서 《메멘토》나 《오펜하이머》처럼 정보를 한꺼번에 주지 않고 조금씩 조립하게 만드는 영화를 좋아한다면 잘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빠르고 직선적인 모험담을 원한다면 초반부가 길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신들이 펑펑 능력을 쓰는 판타지를 기대한다면 조금 다르다
그리스 신화라고 하면 제우스가 번개를 내리치고 포세이돈이 삼지창으로 바다를 뒤집는 모습을 상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오디세이》가 흥미로운 이유는 신들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제우스 대신 천둥이 있습니다.
포세이돈 대신 폭풍이 있습니다.
아테나 역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판타지 영화의 신과는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일 여지를 남깁니다.
그러다 보면 재미있는 의문이 생깁니다.
정말 신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고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자연과 인간의 감정을 신이라고 설명했던 것일까?
거대한 폭풍을 경험한 선원이 고향으로 돌아가 이렇게 말했다고 생각해보면 됩니다.
“포세이돈이 우리를 죽이려고 했다.”
그 이야기가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집니다.
어느 순간 실제 폭풍은 신의 저주가 됩니다.
영화는 바로 그 경계를 가지고 놉니다.
그래서 전형적인 판타지보다 현실적인 역사극과 신화 사이 어딘가에 있는 작품을 좋아한다면 상당히 흥미롭게 볼 만합니다.
캐스팅만 보고 가도 재미있는 이유가 있다
출연진은 상당히 화려합니다.
오디세우스의 중심에는 맷 데이먼이 있고, 페넬로페와 텔레마코스를 비롯해 그의 귀향과 연결되는 여러 인물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유명 배우가 많이 나온다는 사실만은 아닙니다.
각 인물이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서로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게 만듭니다.
아내에게 오디세우스는 돌아와야 하는 남편입니다.
아들에게는 이야기로만 들었던 아버지입니다.
세상 사람들에게는 위대한 영웅입니다.
그리고 오디세우스 자신에게는?
이게 문제입니다.
그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확신하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노래하는 위대한 영웅과 자신이 기억하는 전쟁 속 인간 사이에 너무 큰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등장인물이 하나씩 늘어날수록 오디세우스라는 사람이 더욱 입체적으로 보입니다.
가장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결말을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디세우스는 결국 이타카로 돌아갑니다.
이건 3천 년 된 이야기입니다.
스포일러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페넬로페가 기다리고 있고,
구혼자들이 왕궁을 차지하고 있으며,
오디세우스가 자신의 활을 들게 된다는 것도 원작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야기가 성립합니다.
왜냐하면 중요한 질문이 “무슨 일이 벌어질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왜 이 사람이 이렇게 되었을까?”
“왜 집에 돌아가기를 두려워했을까?”
“20년 만에 돌아온 사람을 가족은 정말 예전과 같은 사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결과를 알고 있는데 과정이 궁금해집니다.
타이타닉이 침몰한다는 것을 알고 《타이타닉》을 보는 것과 비슷합니다.
목적지는 알고 있습니다.
그곳까지 가는 동안 무엇이 있었는지가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집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완전히 다르게 만든다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부분은 의외로 거대한 전투가 아닐 수 있습니다.
오디세우스의 목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순합니다.
집에 간다.
그런데 영화는 계속 묻습니다.
집이 무엇인데?
이타카라는 섬일까요?
왕궁일까요?
왕좌일까요?
아니면 페넬로페와 텔레마코스일까요?
20년 전 집을 떠났던 오디세우스는 이제 존재하지 않습니다.
페넬로페도 20년 전의 사람이 아닙니다.
아기는 성인 남성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오디세우스가 이타카에 도착한다고 정말 '돌아간 것'일까요?
영화는 귀향을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회복으로 확장합니다.
그래서 괴물과 싸우던 이야기가 어느 순간 아주 평범한 이야기로 변합니다.
오랫동안 떠나 있던 사람이 가족에게 돌아가는 이야기.
그런데 바로 그 평범함 때문에 오히려 공감하기 쉬워집니다.
이런 사람이라면 오디세이를 추천하고 싶다
놀란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면 가장 먼저 추천할 만합니다.
특히 《인터스텔라》처럼 거대한 스케일 안에 가족 이야기가 들어가거나, 《오펜하이머》처럼 한 인물의 선택과 죄책감을 오랫동안 따라가는 방식을 좋아했다면 잘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스 신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흥미롭습니다.
다만 원작을 그대로 재현한 영화를 기대하기보다,
“놀란이라면 이 신화를 어떻게 현실의 인간 이야기로 바꿀까?”
라는 관점으로 보는 편이 재미있습니다.
대형 스크린에서 실제 로케이션과 거대한 자연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할 만합니다.
반대로 3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이 부담스럽거나,
빠른 전개와 액션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거나,
원작 신들의 판타지적인 활약을 그대로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취향이 갈릴 수 있습니다.
그래도 한 번쯤 극장에서 볼 만한 이유
《오디세이》를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제작비나 유명 배우 때문만은 아닙니다.
수천 년 동안 수없이 이야기된 신화를 지금 시대의 영화가 다시 이야기한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모닥불 주변에서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를 들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노래했고,
누군가는 외웠고,
다음 사람이 다시 전달했습니다.
그렇게 수백 년을 건너 호메로스의 서사시가 되었고,
다시 수천 년이 지나 영화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거대한 IMAX 스크린 앞에 앉아 같은 이야기를 봅니다.
전달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질문은 거의 그대로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잘못에서 도망칠 수 있는가.
전쟁에서 살아남았다고 정말 전쟁이 끝난 것인가.
20년이 지나도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는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
집이란 도대체 어디인가.
그래서 《오디세이》는 그리스 신화를 잘 아는 사람만을 위한 영화라기보다,
오히려 원작을 잘 몰라도 들어갈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거대한 바다와 괴물을 보러 들어갈 수 있습니다.
중간에는 오디세우스가 어떻게 살아남는지가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마지막에는 전혀 다른 것이 남습니다.
이 남자는 정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 질문이 궁금하다면,
3시간 가까운 항해에 한 번쯤 올라타 볼 이유는 충분합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
👉 오디세이를 보기 전에 알아야 할 3,000년 전 이야기:트로이 전쟁 정리
👉 오디세이 보기 전 신화와 고고학 사이: 트로이 전쟁 유적지, 신화 속 도시를 파헤치자 진짜 전쟁의 흔적이 나왔다
👉 영화 오디세이 보기전 지식: 트로이 전쟁 역사, 신화로 시작했지만 땅을 파자 전쟁의 흔적이 나왔다
👉 영화 오디세이 사전지식: 트로이 전쟁 신화, 황금 사과에서 오디세우스의 20년까지
👉 영화 오디세이 사전지식: 트로이 전쟁, 사랑 때문에 시작된 전쟁일까, 욕망과 권력의 전쟁일까?
👉 오디세이 영화 결말 해석: 영웅의 귀환이 아니라, 전쟁에서 돌아온 한 인간의 이야기
👉 오디세이 영화 등장인물: 맷 데이먼부터 톰 홀랜드까지, 이 초호화 캐스팅에는 이유가 있다
👉 오디세이 영화 리뷰: 괴물을 보러 갔다가, 전쟁에서 돌아오지 못한 한 남자를 보았다
👉 오디세이 영화 비하인드: 놀란이 20년 동안 놓지 못했던 영화, 그 뒤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 오디세이 영화 줄거리: 전쟁은 끝났는데, 오디세우스는 왜 10년 동안 집에 돌아가지 못했을까?
👉 오디세이 영화 촬영지: 세트장이 아니었다, 배우들이 진짜 바다와 동굴로 들어간 이유
👉 오디세이 영화 추천: 3시간 가까이 봐야 하는데도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
👉 오디세이 영화 평점: 3시간짜리 신화 영화에 왜 이렇게 높은 점수를 주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