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좋고, 너무 아픈 질문이에요. “헤어진 뒤에도 연결되어 있는 감정은 ‘양자 얽힘’의 일부일까?” 단순히 이론적 상상이 아니라, 한 번이라도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이 질문이 왜 가슴을 건드리는지, 분명히 느껴질 거예요. 오늘은 이 질문을 곱씹듯 풀어보려 해요. 과학과 감정의 경계에서, ‘끊어진 관계에도 왜 여전히 떨림이 남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 사람과는 끝났어요. 연락도 끊겼고, 서로의 일상에 관여하지도 않죠. 그런데 이상하게… 그 사람 생각이 날 때마다 마음이 살짝 흔들리고 그 사람 SNS에 변화가 생기면 괜히 마음이 쿵 하고 때로는 문득 꿈에서 나오기라도 하면 하루 종일 기분이 이상해요 이미 끝났는데, 왜 여전히 이렇게 영향을 받는 걸까요? 혹시… 이게 바로 감정의 양자 얽힘 아닐까요?
양자 얽힘이란, 두 입자가 한 번 얽히면 그 뒤로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하나의 상태가 바뀌면, 다른 하나도 동시에 바뀌는 현상을 말해요. 서울에 있는 입자를 측정하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또 하나의 입자도 동시에 반응하는 거죠. 신호가 오간 게 아닌데도 말이에요. 이건 과학적으로 증명된 ‘비국소성(non-locality)’이에요.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정보는 연결되어 있다. 들으면 들을수록, 사랑 같죠?
사랑이라는 건 결국 감정, 기억, 몸, 언어, 시간, 상처 같은 수많은 층위에서 얽히는 일이에요. 함께 웃었던 카페 음악 손잡고 걷던 거리의 풍경 싸우고 돌아섰던 날의 공기 냄새 이런 것들이 나도 모르게 감정의 ‘입자’로 남아 있어요. 그리고 때때로 그 흔적에 어느 한 쪽이 반응하면, 다른 쪽도 이유 모를 떨림을 느껴요. 우리가 서로의 마음 안에 기억을 심었기 때문이에요. 그게 진짜 얽힘이고, 그래서 쉽게 끊어지지 않는 거예요.
헤어진 연인과는 물리적 연결이 사라져요. 문자도, 통화도, 만남도 끊기죠. 하지만 감정은 물리보다 더 비물질적이고, 오래 남는 에너지예요. 그래서 서로 더는 연락하지 않아도 한쪽이 힘들 때, 이상하게 그 사람 생각이 나고 내가 아플 때, 괜히 그 사람도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돼요. 정말 신기하게도,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이는 ‘전송’이 아니라 ‘공명(共鳴)’으로 이어져 있어요. 그게 양자 얽힘이 말하는 비국소성의 감정 버전 아닐까요?
여기서 중요한 건, 얽힘이 남아 있다는 것 = 미련이 있다는 것은 아니라는 거예요. 사랑이 끝나도, 그 기억은 내 안에 ‘어떤 나’를 만들어요. 어떤 감정은 다시는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더 깊고 어떤 사람은 지금 곁에 없기 때문에 더 선명해요 그 사람과 얽혀 있던 시간은 지금의 나를 이루는 조각이 됐고, 이제 나는 그 기억으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지려는 ‘파동’ 안에 있는 중이에요.
물리학자들은 말해요. 양자 얽힘은 깨질 수 있지만, 그 흔적은 사라지지 않는다고요. 사랑도 그래요. 헤어지면 얽힘은 서서히 풀리지만, 그 사람이 나에게 남긴 영향은 어떤 방식으로든 ‘현재의 나’를 움직이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 사람을 완전히 잊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 감정이 지금도 남아 있어도 괜찮아요. 그건 내가 사랑했던 증거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증거예요.
양자 얽힘은 무섭고도 신비한 개념이에요. 보이지 않는 연결, 측정 불가능한 공존, 거리의 무의미함. 그리고 사랑도 마찬가지예요.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한 번 진심으로 얽혔던 감정은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 안에 남아요. 그러니 너무 급히 잊으려 하지 않아도 돼요. 조금씩, 내가 진동의 방향을 바꾸면 돼요. 사랑이었던 연결은 이제, 나를 더 사랑하게 만드는 에너지로 변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