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상하게도, 사람 마음이 너무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사랑이 뭔지, 왜 시작됐는지, 왜 끝났는지조차 설명하기 힘든 순간들. 어떤 감정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은데, 손에 잡히지 않고, 말로도 다 담을 수 없죠. 그럴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사랑이라는 건, 양자역학이랑 좀 비슷하지 않을까?”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요? 그런데요, 들어보면 꽤 그럴듯하답니다. 오늘은 조금 낭만적으로, ‘양자역학’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미묘한 과학과, ‘사랑’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감정을 연결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이란, 원자보다 더 작은 세계, 즉 '입자'의 세계를 설명하는 물리학이에요. 이 세계에선 우리가 익숙한 ‘상식’이 통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볼까요? 어떤 입자는 한 번에 두 곳에 존재할 수 있고 우리가 그걸 ‘관찰’하는 순간, 결과가 확정돼요 똑같은 조건인데도, 결과가 확률로만 설명돼요 과학인데도, 감정 같고, 논리인데도, 직감 같은 느낌이 있죠? 그런데 이게 왠지, 사랑과 너무 닮지 않았나요?
양자역학에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라는 게 있어요. 이 원리는 말하자면 이거예요: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정확히 알 수 없다.” 그걸 알려고 하면 할수록, 다른 하나는 더 모호해진다는 거죠. 예를 들어, 너한테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를 정확히 알면, 그 사람이 어디로 가는지는 오히려 더 불확실해지는 거예요. 그런데… 사랑도 그렇지 않나요? “지금은 내 곁에 있어도, 이 사람이 정말 내 사람일까?” “마음을 확인하려고 하면 할수록, 왜 점점 불안해질까?” 마음을 너무 들여다보려고 하면, 오히려 더 흐려지는 것 그게 사랑이고, 그게 불확정성 원리예요.
양자역학에선 입자가 동시에 여러 상태에 있을 수 있다고 해요. 예를 들어, 문이 열려 있으면서도 닫혀 있는 상태. 이걸 ‘중첩(superposition)’이라고 부르죠. 이 원리를 설명할 때 항상 나오는 유명한 실험이 있어요. 바로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은 이래요: 상자 안에 고양이 한 마리, 어떤 조건에 따라 고양이가 살아있을 수도, 죽었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상자를 열기 전까지는, 두 상태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거예요. 자, 사랑도 마찬가지예요. 그 사람이 날 좋아하는지, 아닌지 모를 때, 그 마음은 살아있기도 하고, 끝났기도 하죠. 고백하기 전의 마음은 늘 중첩 상태예요. “우리 사이 뭔가 있는 것 같긴 한데, 확실히 뭐라고 말하긴 어렵다…” 그 말, 딱 중첩 상태의 감정이에요. 관측(=고백)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모든 가능성이 공존해요. 그게 설레면서도, 무서운 이유죠.
양자역학에는 정말 신기한 개념이 하나 있어요.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 두 입자가 얽히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하나가 변하면, 다른 하나도 동시에 영향을 받아요. 예를 들어, 서울과 뉴욕에 각각 하나씩 있는 입자가 ‘얽혀있다’면, 서울 입자의 상태가 바뀌는 순간 뉴욕 입자도 그와 반대 상태로 바뀌는 거예요. 즉시, 동시에. 사랑도 이렇지 않나요? 보고 있지 않아도, 상대가 기분 나쁜 걸 느낄 때가 있고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 사람 생각에 마음이 이상하게 요동칠 때가 있죠 우리가 헤어져도, 한때 깊게 얽혔던 사람의 흔적은 내 안 어딘가에서 여전히 ‘진동’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양자역학에서 가장 오묘한 개념은 바로 이거예요. "관측하는 순간, 입자의 상태가 결정된다." 즉, 관찰자가 존재하기 전까진 그 세계는 ‘확률’일 뿐이고, ‘보는 순간’에야 현실이 되는 거예요. 사랑도 똑같아요. 그 사람이 나를 바라볼 때, 내 감정도 바뀌고, 내 태도도 ‘그 사람을 의식한 상태’로 고정돼요. 혼자 있을 땐 그냥 ‘나’였는데, 누군가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나는 ‘사랑받는 사람’으로 달라져요. 사랑은 바라보는 행위로 완성되는 감정이에요. 관측자 없이는 존재조차 불확실한 상태처럼.
사랑이 꼭 확률이라는 말은 아니에요. 하지만 양자역학처럼, 사랑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고, 상식적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관계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감정이에요. “왜 좋아졌는지도 모르겠고, 왜 멀어졌는지도 모르겠어…” 이런 말,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해봤을 거예요. 그게 바로 ‘양자적 감정 상태’예요. 확률과 중첩과 얽힘으로 이루어진, 설명할 수 없는 끌림.
사랑은 물리학처럼 정답이 있는 공식은 없어요. 그럼에도 양자역학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건 “우리가 이해 못 한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다”라는 사실이에요.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니고, 측정할 수 없다고 의미 없는 게 아니에요. 마음도 그래요. 지금 느끼는 감정이 정리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덜 진짜인 건 아니에요. 그 감정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이라는 세계 안에서 분명히 진동하고 있는 ‘입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