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공지능 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지, 하루가 다르게 실감되죠. 대화형 AI, 개인 비서, 고객 응대 봇, 검색 도우미까지.. 이제는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주체가 사람보다 AI 에이전트가 더 많아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이른바 ‘에이전트 시대’입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건 이런 기술의 발전 속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MBTI 얘기를 끊임없이 한다는 점이에요. 심지어 더 많이, 더 자주 이야기하죠. "너 E야 I야?", "그건 완전 T스러운 반응이잖아", 심지어 소개팅 어플에는 MBTI 필터까지 있는 세상이니까요. 도대체 왜 그럴까요? 기계가 우리보다 똑똑해지고 있는데, 왜 사람들은 여전히 '나의 성격', '타인의 성향'에 관심을 갖는 걸까요?
AI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나는 누구지?"라는 질문은 없어지지 않아요. MBTI는 이 질문에 아주 쉽고, 직관적인 대답을 줍니다. "나는 ISTJ라서 계획대로 움직여야 마음이 편한 타입이야." "나는 ENFP라서 즉흥적인 게 오히려 나한텐 자연스러워." 복잡한 자기 이해를 단 4글자로 요약해주는 거죠. 그래서 MBTI는 자기 이해의 가장 쉬운 입문서가 됩니다. 요즘처럼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더 자기 자신을 알고 싶어 해요. AI는 내 성격을 분석해줄 수는 있지만, 내가 나를 이해하는 느낌은 MBTI가 훨씬 더 쉽게 줍니다.
현실에서 가장 복잡한 문제는 사실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에요. 상사랑 대화할 때, 친구랑 말이 안 통할 때, 연인과 오해가 생길 때, 이럴 때 MBTI가 슬그머니 등장하죠. “아… 쟤는 F라서 감정 중심으로 생각하네. 난 T라서 논리만 봤는데…” “우리 팀장님은 J라서 급한 걸 싫어하는구나. 난 P니까 자꾸 미루게 되고.” 이렇게 MBTI는 갈등을 설명해주는 감정 해석 도구 역할을 합니다. 딱 떨어지진 않지만, ‘성향 차이’를 받아들이게 만드는 프레임이에요. 그런데 이게 묘하게 위로가 됩니다.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 그냥 다른 거였구나." 이 한마디가 인간관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죠?
에이전트가 우리 대신 메일을 보내고, 글을 써주고, 데이터를 정리해주는 시대. 그러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럼 나는 뭘 해야 하지?” “내가 특별한 이유는 뭐지?” 이럴 때 사람들은 오히려 ‘나’라는 존재의 특징을 더 찾고 싶어져요. 그리고 MBTI는 여기서 꽤 괜찮은 도구가 되어줍니다. 나를 기계가 아닌 인간으로 구별할 수 있는 심리적 기준이죠. AI는 감정을 느끼지 않지만, 나는 기분이 왔다 갔다 하고, 누군가의 한마디에 상처를 받기도 하니까요. 이 복잡함이,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인간임’을 느끼게 해줍니다.
MBTI는 요즘 세대에게 하나의 ‘대화 언어’예요. 처음 만난 사람과도 “무슨 성격이야?”로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웃고 공감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요. 특히 MZ세대 사이에서는 ‘밈’이 되고, ‘자기 소개’의 일부가 되고, ‘성격 콘텐츠’의 핵심이 되죠. 심지어 친구끼리도 “그건 너 ISFJ라서 그런 거야~” “ENTP는 원래 오지랖 대장임 ㅋㅋ” 이런 말이 일종의 유행어처럼 쓰여요. 에이전트가 아무리 똑똑해도, 이런 ‘은근한 조롱과 애정이 섞인 농담’은 따라올 수 없죠. MBTI는 사람만이 이해하고, 공감하고, 웃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코드가 된 겁니다.
앞으로는 인간이 에이전트와 함께 일하는 시대가 될 거예요. 하지만 사람은 여전히 ‘사람’과 일하고, 싸우고, 사랑하겠죠. 이때 MBTI는 심리학의 기초도서처럼 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회사에서도, 조직에서도, 개인 상담에서도 “이 사람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고, 어떤 방식으로 소통해야 좋을까?”를 고민하게 되니까요. AI가 업무를 도와준다면, MBTI는 인간 감정을 읽는 실마리가 되어줄 거예요.
에이전트 시대가 와도, 사람은 결국 사람과 연결되고 싶어합니다. 자기 자신을 알고 싶고, 타인과 잘 지내고 싶고, 나만의 존재감을 확인받고 싶어하죠. MBTI는 그 모든 걸 간단하면서도 강력하게 도와주는 도구예요. 그래서 어쩌면, 앞으로 더 많은 AI가 등장할수록 MBTI의 인기는 더 높아질지도 몰라요. 기계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사람의 감정과 성향은 ‘MBTI 한 줄’로 위로받고 공감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