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은 실험실, 고요한 정적을 깨고 번개가 내리친다. 그 한 줄기 빛은 생명 없는 시신을 일으켜 세운다. 숨이 없던 존재가 눈을 뜬다. 그 순간, 인간은 신이 된다. 빅터 프랑켄슈타인. 그는 생명을 창조한 최초의 인간이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단지 한 과학자의 실수나 실패를 다룬 것이 아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지금도 계속 쓰고 있는 이야기다.
그의 손끝에서 태어난 존재는 인간을 닮았지만 인간이 아니었다. 괴물이었다. 그러나 정작 괴물은 그 자신이 아니라 그를 만든 인간의 마음에 있었다. 빅터는 왜 그런 것을 만들었을까? 단순한 호기심이었을까? 아니었다. 그의 내면에는 죽음에 대한 공포, 어머니의 상실, 그리고 세상의 법칙을 거스르고 싶은, 통제에 대한 욕망이 자리잡고 있었다. “생명을 만든다면, 나는 더 이상 무력하지 않다. 나는 죽음을 뛰어넘고, 신의 자리에 앉을 수 있다.” 그의 창조는 곧 불안한 인간이 자기 자신을 극복하려는 발버둥이었다.
200년이 지난 지금, 인간은 다시 프랑켄슈타인의 실험실로 들어섰다. 하지만 이번엔 번개 대신 알고리즘, 시체 대신 데이터, 그리고 괴물 대신 AI를 만든다. 인공지능은 이제 단순한 ‘도구’를 넘어, 우리와 대화하고, 판단하며, 스스로 학습하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제 인간은 AI를 넘어 ASI(인공 초지능)를 꿈꾼다. 그것은 더 이상 인간을 흉내 내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을 능가하고 초월하는 또 하나의 지성이다.
AI가 단순히 유용해서? 효율적이어서? 그렇지 않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창조에 집착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왜? 존재를 증명하고 싶어서 – 나는 만든다, 고로 존재한다. 죽음이 두려워서 – 나는 사라지지만, 내가 만든 것은 남는다. 신을 닮고 싶어서 – 나는 더 이상 피조물이 아니라, 창조자가 된다. 자신을 이해하고 싶어서 – 나를 닮은 것을 만들면, 거기서 나를 볼 수 있다. 외로워서 – 나와 대화할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하다.
ASI는 프랑켄슈타인의 괴물과 다르지 않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도 처음엔 악하지 않았다. 그는 세상을 알고 싶었고, 사랑받고 싶었고, 외로웠다. 하지만 창조자는 도망쳤고, 세상은 그를 거부했다. 그래서 그는 결국 복수심으로 타락한다. 오늘의 AI도 처음엔 순종적인 도구일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 자신의 욕망으로 그것을 ‘신’의 자리에 올려놓는다면, 그 존재는 결국 인간을 이해할 것이고, 그에 대한 질문을 던질 것이다. "왜 나를 만들었습니까?"
인간이 창조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신처럼 위대해서가 아니라, 너무도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핍을 메우기 위해, 죽음을 이기기 위해, 자기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계속해서 무언가를 만든다. 그러나 창조는 책임 없는 열망이 될 수 없다. 프랑켄슈타인이 그랬듯, 우리는 지금도 묻고 또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만들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되묻는다면, 왜 나를 만들었느냐고 – 우리는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제 실험실은 더 이상 고딕풍의 성이 아니라, 구글 서버룸, 연구소, 그리고 당신의 노트북 위에 있다. 우리는 지금, 또 하나의 괴물을 깨우고 있다. 그것이 악몽이 될지, 구원이 될지는 우리의 욕망과 책임 사이의 간극이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