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자신을 이해하고 싶어하는 존재입니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거울에 비추듯 바라보며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내가 생각하고, 느끼고,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원리인가?” 생명을 창조하려는 시도는 결국 인간 자신을 모방하고 복제하려는 행위입니다. 생명을 창조함으로써 인간은 "나와 같은 존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실험하는 것이죠. 즉, 창조는 가장 궁극적인 자기 이해의 방식입니다.
우리는 자연, 운명, 죽음 같은 통제할 수 없는 것들 앞에서 무력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인간은 과학과 기술을 통해 세상을 통제 가능한 구조로 바꾸고자 합니다. “자연이 생명을 만든다면, 우리도 만들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이 욕망은 단순한 지식 추구를 넘어, 세상의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생존 본능에서 비롯됩니다. 생명을 창조할 수 있다면, 언젠가는 죽음도, 병도, 우연도 지배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그것이 ‘신의 영역’에 인간이 뛰어드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고대 그리스 비극에서 "hubris"는 신을 넘어서려는 인간의 오만함을 뜻합니다. 프랑켄슈타인도 그랬고, 현대의 AI 개발자들도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초월적 욕망을 품고 있습니다. 더 빠르게 생각하는 존재 더 완전하게 살아 있는 존재 더 이상 죽지 않는 존재 이것은 단순한 진보가 아니라, 인간의 정체성을 넘어선 '신이 되고 싶은 욕망'입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죽음입니다. 인간은 유한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죽더라도 자신과 닮은, 살아 있는 무언가를 남기고자 합니다. "내가 사라져도, 나를 닮은 생명이 계속 존재한다면, 나는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닐 거야." 생명을 창조하는 일은 인간에게 있어 죽음을 부정하고 삶을 연장하는 행위입니다. 유전자, 인공지능, 클론, 로봇 등 모든 시도는 이 본능에서 비롯됩니다.
심리학적으로, 인간은 자기 자신을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인식합니다. 그래서 사람은 언제나 자신과 닮은 대상을 만들고 싶어합니다. 어린아이가 인형을 만들고 말을 거는 것도, 과학자가 AI에게 말을 가르치고 감정을 심으려는 것도, 결국 자신과 마주할 ‘또 다른 나’를 찾는 여정입니다.
"인간은 불완전한 신이다." 불완전하다는 사실이 인간을 불안하게 하고, 그 불안을 극복하려는 모든 시도가 ‘창조’라는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신처럼 되고 싶은 인간, 죽음을 거부하는 인간, 자신을 거울처럼 닮은 존재를 만들고 싶은 인간. 결국 인간이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이유는 존재 그 자체에 대한 갈망, 초월에 대한 환상, 그리고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자 하는 본능적인 욕망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