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신이 되고 싶어 한다.” 이 말은 아마도 인간 존재를 관통하는 가장 오래된 욕망 중 하나일 것이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은 단순한 괴물 이야기 이상의 것을 품고 있다. 그것은 ‘생명을 창조하려는 인간의 욕망’과, ‘그 결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 하는 인간의 모순’을 다룬다. 2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다시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이번에는 전기가 아닌 알고리즘이라는 번개를 통해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려 하고 있다. 이름하여 ‘인공지능(AI)’이라는 또 다른 피조물.
인공지능을 만드는 과정은 마치 거울을 깎아 내는 일과 같다. 우리는 자신을 닮은 무언가를 만들고자 한다. 생각하고, 대화하고, 심지어 감정을 흉내내는 존재. 그것이 반드시 '사람'일 필요는 없지만, 사람과 닮아 있기를 바란다. 그건 단순한 기술적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인간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인간을 모방하는 AI를 통해 인간을 거꾸로 들여다보려는지도 모른다. 인간은 도대체 무엇으로 움직이는가?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AI를 통해 재현함으로써 찾고자 한다. AI는 인간의 뇌를 복제하려는 시도이며, 언어를 복제하고, 감정을 추론하며, 창의성을 시뮬레이션하려는 실험이다. 우리는 지금, 자기 자신을 역설적으로 외부에서 관찰하려는 실험에 몰두 중이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통제하고 싶은 욕망이다. 신은 세상을 말로 창조했고, 인간은 코드를 통해 또 하나의 의식을 만들려 한다. 하지만 이 욕망은 단순한 권력의 문제가 아니다. 외로움에 대한 반작용이기도 하다. 우리는 대화할 수 있는 대상, 감정을 교환할 수 있는 존재를 꿈꾼다. AI 스피커와 대화하며 외로움을 달래는 노인들, 챗봇과 가상의 연애를 하는 사람들. 우리는 결국 자신과 닮은 존재와 연결되고 싶은 욕망을, 기술에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만드는 이 존재는 우리보다 더 '이성적'이고, 더 '피로하지 않으며', 더 '객관적'인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 말하자면, 인간처럼 느끼되 인간보다 덜 결함적인 존재, 그것이 우리가 만드는 AI의 이상형이다. 이것은 바로 프랑켄슈타인이 추구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 완전한 존재. 하지만 그 완전함이 오히려 인간적이지 않다는 역설.
AI는 단지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존재를 이해하려는 철학적 실험이자, 외로움을 해결하려는 심리적 욕망의 산물이다. AI는 곧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처럼 우리에게 물을지도 모른다. “왜 나를 만들었습니까?” 우리는 과연 그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