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예요. “그냥 기분이 안 좋아요.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계속 답답하고 울적해요…” 이럴 때 저는 조심스럽게 이렇게 말씀드려요. “혹시, 감정을 써보신 적 있나요?” 그러면 대부분 고개를 저어요. ‘일기 쓰라는 거예요?’ 라며 쑥스러워하시죠. 근데요, 단순히 일기를 쓰는 걸 넘어서, 감정을 기록하는 건 정말 강력한 마음 회복 도구예요. 오늘은 그 방법을, 어렵지 않게 알려드릴게요. 종이 한 장, 펜 하나면 충분하거든요.
✔️ 복잡한 감정을 정리할 수 있어요 감정은 머릿속에만 두면 엉켜요. 쓰면 분리돼요. ✔️ 감정과 생각을 구분하게 돼요 내가 느낀 게 감정인지, 해석인지 구분할 수 있게 돼요. ✔️ 감정의 흐름이 보여요 “나 요즘 왜 이래…”에서 “아, 이런 패턴이 있었구나”로 바뀌어요. ✔️ 내가 나를 돌보는 방법을 배우게 돼요 기록은 곧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에요. 그건 ‘나에게 관심을 주는 따뜻한 행동’이기도 하고요.
1단계: 오늘 가장 강하게 느낀 감정 하나를 떠올려보세요 → 예: 슬픔, 화남, 외로움, 지침, 부끄러움, 억울함… ✔️ 포인트: ‘짜증’처럼 혼합된 감정은 더 자세히 쪼개보기 짜증 = 실망 + 피로 + 무시당한 느낌일 수도 있어요. "나는 그냥 짜증났어." → "사실은 인정받고 싶었는데, 무시당한 기분이었어." 2단계: 그 감정이 들었던 상황을 구체적으로 적어보세요 언제? 어디서? 누구와 있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 포인트: 감정을 유발한 트리거(방아쇠)를 찾는 게 핵심! 예시👇 “회의 중 내 의견을 무시당했다고 느꼈다.” “SNS에서 친구의 글을 보고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3단계: 그 감정에 들었던 생각을 적어보세요 → 감정이 드니까 어떤 생각이 따라왔는지? 예: “나는 존재감이 없나 봐.” “나만 뒤처지고 있는 것 같아.” “내가 문제인 걸까…” ✔️ 포인트: 여기서부터 감정과 생각을 분리하는 연습이에요. 4단계: 스스로에게 친절한 말 한마디 써보기 이건 감정기록의 하이라이트예요. 감정을 정리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나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선물하는 것까지 해보는 거예요. 예: “오늘도 감정을 잘 들여다봤어.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그 상황에서 그런 감정이 드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야.” “괜찮아. 나를 좀 더 이해하게 된 하루였으니까.”
가끔 이런 분도 계세요. “감정을 자꾸 쓰면 더 힘들어지지 않나요?” 그런데 사실은 반대예요. 표현되지 않은 감정이 훨씬 더 무거워져요. 감정을 쓰는 건, 그 감정을 부정하거나 없애기 위한 게 아니라, “지금 이 감정도 나의 일부고, 내가 받아줄 수 있어.” 라고 말해주는 일종의 심리적 품기 연습이에요.
감정은 틀린 게 아니에요. 느껴지는 그대로 소중한 신호예요. 솔직해도 괜찮아요. 누구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돼요. 매일 못 써도 괜찮아요. 하루 한 줄이라도 충분해요.
🗓️ 오늘의 감정: 외로움 🕓 언제/어디서: 저녁 7시, 집에서 혼자 밥 먹을 때 📌 상황: 친구는 바쁘다고 하고, 연락도 없고,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느낌 💭 떠오른 생각: “나는 별 볼 일 없는 사람인가…?” 💬 나에게 한마디: “이 외로움도 언젠가는 지나갈 거야. 오늘은 조용한 하루였을 뿐이야.”
처음엔 어색하더라도, 이렇게 하루하루 감정을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감정에 휘둘리던 나’가 아니라 ‘감정을 다룰 줄 아는 나’가 되어 있는 걸 발견하게 될 거예요. 오늘도 당신의 감정은 충분히, 그리고 있는 그대로 소중합니다. 그 감정을 들여다볼 용기를 낸 당신, 이미 그 자체로 잘하고 있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