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너무 가라앉아요… 나, 진짜 이상한 사람인가요?” 어느 날, 상담을 하러 오신 내담자 분이 말했어요. “선생님, 저는 기분이 조금만 안 좋아도 ‘나는 쓸모없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어요.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우울해지는 날도 있고요. 왜 이러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저는 조심스럽게 이렇게 여쭤봐요. “지금 그 기분… 혹시 감정이 아니라, 생각일 수도 있어요.” 그러면 대부분은 고개를 갸웃하죠. ‘감정이랑 생각이 뭐가 달라요?’ 하고요. 그래서 오늘은 이걸 한번 차근차근 이야기해보려 해요. 바로 감정과 생각을 구분하는 법에 대해요.
정말 중요한 이야기인데, 우리는 감정과 생각을 자주 헷갈려요. 감정은요, 내가 느끼는 기분이에요. 예를 들어, “슬프다”, “불안하다”, “기분이 가라앉는다”, “속상하다” 이런 게 감정이에요. 생각은 그 감정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나오는 판단이나 해석이에요. 예를 들어, “나는 실패자야”, “내가 문제야”, “다 나 때문이야” 같은 문장들이죠. 그런데 감정은 그냥 ‘느껴지는 것’일 뿐인데, 우리는 자꾸 그걸 생각으로 해석하면서 ‘진실’인 것처럼 믿어버려요.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오늘 괜히 울적해…” → 생각: “난 왜 이렇게 예민하고 쓸모없는 사람이지?” 이건 감정과 생각이 하나로 뒤엉킨 상태죠. 문제는 이 뒤엉킨 생각이 감정을 더 키운다는 점이에요.
감정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요. 그냥 느껴지잖아요? 날씨처럼 이유 없이 찾아올 때도 있고요. 하지만 생각은 훈련하면 바꿀 수 있어요. 감정이 아무리 요동쳐도, 그 감정에 던지는 생각의 방향을 바꾸면 감정이 훨씬 덜 무섭고, 덜 고통스러워져요.
자, 여기서 아주 간단한 연습을 하나 해볼게요. 오늘 하루 중 마음이 힘들었던 순간을 떠올려보세요. 그리고 아래 질문에 맞춰서 적어보는 거예요. 질문 : 무슨 일이 있었나요? 질문 : 그때 어떤 감정이 들었나요? 감정 단어만 사용해서 슬펐는지, 화가 났는지, 외로웠는지 작성해 보세요. 질문 : 그 감정에 따라 떠오른 생각은 뭔가요? 질문 : 그 생각이 100% 사실일까요? 그것이 사실이라는 증거는요? 반대 증거는요? 어쩌면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나요? 이렇게만 적어봐도 감정과 생각이 완전히 다른 것임을 느낄 수 있어요.
사람들이 종종 “나 왜 이렇게 감정 기복이 심하지?” 하고 자책해요. 하지만 감정 자체는 절대 나쁜 것도, 틀린 것도 아니에요. 문제는 그 감정에 붙는 생각이죠. “이런 감정을 느끼는 나는 이상해” “이런 기분 드는 건 내가 나약해서야” “내가 이러니까 주변 사람도 힘들겠지” 이런 생각들이 감정 위에 덧씌워지면 감정은 마치 ‘나쁜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해요. 하지만 사실은, 감정은 ‘그저 메시지’일 뿐이에요. “지금 좀 쉬고 싶다”거나, “위로가 필요하다”는 신호예요.
어느 철학자가 이렇게 말했어요. “감정은 파도처럼 다가왔다가 가는 것이고, 그 위에서 어떤 항로로 갈지는 ‘생각’이 결정한다.” 우리는 감정을 없애거나 없었던 척할 필요 없어요. 그 대신, 그 위에 어떤 생각을 얹을지만 신중하게 고르면 돼요. 감정은 때로 나를 휘청이게 하지만, 생각은 내가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정하는 도구예요.
혹시 지금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나요? “이렇게 감정에 휘둘리는 내가 너무 한심해…” “왜 나는 이 기분을 잘 못 이겨내는 걸까…” 그런 마음이 들었다면, 잠깐 멈추고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보세요. “지금 느끼는 건 ‘감정’이야. 내가 만든 잘못된 생각은 아닐까? 이 감정은 지나갈 거야.” 감정과 생각을 구분하기 시작하면, 당신은 훨씬 더 자신을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어요. 그리고 그건… 누군가가 나를 사랑해주는 것보다 더 근사한 일이 될 수 있어요. 왜냐면, 그건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해주는 법을 배우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