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나를 돌보지 못했을까.” 어느 날 불현듯, 머릿속에 이런 질문이 떠오른 적 있으신가요? 우리는 가족을 챙기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느라 정작 '나 자신'을 살피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피곤해도 참고, 서러워도 넘기며 버티는 게 일상이 되죠. 그러다 어느 순간, 무너질 것 같은 감정이 밀려오고 나서야 깨닫게 됩니다. 내가 얼마나 나를 방치해왔는지를. 이 글에서는 자기돌봄의 심리학과 글쓰기치료(writing therapy)를 통해, 왜 우리가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다시 나를 회복할 수 있는지 그 실질적인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심리학자 에릭슨과 조지 캘리, 그리고 이야기치료(narrative therapy)의 관점을 바탕으로 글을 통한 자기 회복과 치유의 여정을 함께 떠나봅시다.
살아가다 보면 자신보다 남을 먼저 챙기는 게 익숙해지곤 합니다. 특히 한국 사회처럼 집단의 조화나 타인의 시선을 중요시하는 문화에서는 자기희생이 미덕으로 여겨지죠. 하지만 그렇게 오래 방치된 자기감정은 언젠가 터지기 마련입니다. 자기돌봄(self-care)은 단순한 휴식이나 소비가 아닙니다. 내 감정의 상태를 인식하고, 나의 필요를 존중하고, 나 자신을 위한 결정을 내리는 능력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기본적인 감각을 자주 놓치곤 합니다. 왜일까요? 그건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있습니다. 혼란, 억울함, 이유 모를 슬픔, 지친 무력감… 이런 감정들은 글을 통해 비로소 안전하게 꺼내놓을 수 있습니다. 글쓰기는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며 나 자신을 관찰하게 해주는 도구입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글쓰기치료’란, 자기 감정을 정리하고 해석하며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주는 매우 효과적인 자기돌봄 기법이죠. 처음에는 단지 하루 있었던 일을 쓰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습니다. “오늘은 왜 이렇게 답답했을까?” “나는 언제부터 웃음을 잃었지?” 이런 질문을 던지며 차근차근 감정을 써내려가다 보면, 내 안의 상처들이 천천히 드러납니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서 회복이 시작됩니다.
“감정은 표현되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고, 쌓인다.” 이 말은 감정 심리학에서 자주 인용되는 문구입니다. 우리가 고통스러운 감정을 느낄 때, 그 감정을 무시하거나 외면하면 일시적으로는 버틸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은 심리적 부담으로 남게 됩니다. 글쓰기를 통해 우리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그 감정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겪게 됩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짜증 났다’고 표현하기보다는 → “나는 오늘 상사의 말에 속상했다. 그 말이 나를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나는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감정의 배경과 감각을 함께 써내려가면, 그 감정은 더 이상 우리를 압도하는 존재가 아니라, 이해 가능한 ‘이야기’가 됩니다.
에릭 에릭슨은 인간의 성장 과정을 여덟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마다 심리적 위기와 발달 과업이 존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각 시기마다 다음과 같은 질문에 직면합니다: 청년기: 나는 누구인가? 성년기: 나는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 중년기: 나는 어떤 흔적을 남길 수 있을까? 노년기: 나는 잘 살아왔는가? 이런 내면의 질문들을 글로 정리해보면, 지금 내가 어떤 지점에 있고, 무엇이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지를 더 분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글쓰기치료의 핵심 구조, 곧 “삶의 단계별 자기서사 재구성”과 연결됩니다.
심리학자 조지 캘리는 인간은 각자 세상을 해석하는 ‘자기만의 틀’을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를 ‘개인구성개념’이라 부릅니다. 이 틀은 우리가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기에, 때로는 우리를 왜곡된 시선에 가두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늘 실패하는 사람이다.” “누구에게도 기대선 안 돼.” 이런 생각들은 내 안에 각인된 틀이 만들어낸 내러티브입니다. 하지만 이 틀은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글쓰기를 통해 내 이야기를 다시 쓰는 순간, 새로운 틀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나는 실패자가 아니라, ‘도전을 멈추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는 거죠.
이야기치료(narrative therapy)는 우리가 가진 ‘문제’를 나 자신과 분리해서 바라보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나는 우울하다”는 표현 대신, → “우울함이라는 감정이 요즘 내 옆에 자주 머물고 있다”고 써보는 것이죠. 이렇게 문제와 나 사이에 거리를 두는 글쓰기 방식은 내가 문제 그 자체가 아님을 인식하게 해줍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대면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줍니다.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글쓰기치료는 아래처럼 간단한 방식으로 시작할 수 있어요: 오늘 하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오늘 가장 불편했던 감정은 무엇이었고, 왜 그런 감정을 느꼈을까? 지금 내 안에 떠오르는 단어 5개는? 내가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이런 짧은 글이라도 하루에 5분씩만 꾸준히 써보면, 서서히 마음이 정돈되고 나 자신과의 관계가 회복되기 시작합니다. 작은 글쓰기의 습관이 쌓이면, 마음속 어지러웠던 이야기들도 자연스럽게 정리됩니다.
글쓰기치료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아래 네 단계 흐름을 기억하세요: 1단계 – 준비: 자기 점검. 나는 지금 어떤 감정 상태에 있는가? 2단계 – 표현: 솔직한 감정과 생각을 글로 적는다. 3단계 – 성찰: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꼈는지, 어떤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지를 본다. 4단계 – 변화: 새로운 해석을 통해 나를 다시 정의하고, 작게라도 변화의 시도를 해본다. 이 네 단계는 청년기, 성년기, 중년기, 노년기를 막론하고 전 생애를 아우르는 자기돌봄 글쓰기의 실천 프레임이 됩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을 돌보지 못했던 순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 펜을 들고, 혹은 자판을 두드리는 그 순간부터 당신은 자기돌봄의 여정을 시작하고 있는 것입니다. 글은 당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고, 당신의 삶을 다시 해석하며 더 넓고 부드러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게 합니다. 이 블로그에는 이처럼 심리와 글쓰기, 인간관계, 감정 회복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글들이 많습니다. 지금 이 기회를 통해 당신의 삶을 돌아보고, 더 많은 글을 탐색하며 자기돌봄의 여정을 이어가 보세요. 당신은 충분히 회복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글’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