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잔뜩 부담스럽게 느낀 전화벨 소리를 끄는 순간이 있었어요. 친구가 기다리는 표정에 마음을 졸이기보다, 카톡 창에 "잠깐 후에 연락드릴게요"를 적은 게 더 편했죠. ISFP에게 전화는 마치 무대 위에서 갑자기 홀로 춤추어야 하는 기분입니다. 문장을 미리 준비하고, 호흡을 다잡고, 단 하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압박감이 붙어 있기 때문이에요.
"왜 아직 안 보셨어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가슴 저미는 경험이 많아요. 그리고 저는 늘 고개를 숙인 채, "죄송해요, 일이 좀 바빠서…"라고 말하며 스스로에게도 미안함을 더했죠. 하지만 요즘은 그 답장을 3일이 지나더라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려 해요. ISFP의 감성 리듬은 철저히 개인적이니까요, 늦어진 게 아니라 단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걸요.
누군가는 제 표정만 보면 "말이 별로 없네, 고요한 사람인가 봐요?"라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하지만 그 조용함 안에는 화성에서 폭발하는 분화구처럼 감정이 끊임없이 흘러요. 어느 날 누군가 "왜 이렇게 답답해 보여?"라는 말을 들었을 때, 눈물까지 나왔어요. 그건 제가 아니라 그들이 제 감성의 파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슬펐거든요.
가까운 사람에게 "진짜 기분이 안 좋았어"라고 말할 수 있을 때, 저는 가장 자신감 있는 사람이 되어요. 하지만 어색한 상황에서는 그 마음을 캔버스 위에 뿌린 물감처럼 숨기게 돼요. 친구가 저의 갑작스러운 미소를 보며 "도대체 왜 웃는 거야?"라고 묻자, 저는 단순히 "아까 엄청 화났다가 금세 마음이 풀렸어"라고 대답할 수 있어요.
책상에 쌓인 문서들과 창을 가득 메운 애니메이션 스톱무비를 보는 순간, 저는 자책했어요. "왜 이렇게 일이 다 뒤로 밀려?"라는 질문은 마치 내면의 또 다른 누군가처럼 괴롭게 하죠. 하지만 지난번 그림 전시에서, 10일간 미루다 마지막 날에 뿜어낸 작품이 가장 많은 칭찬을 받았어요. ISFP에게는 시간을 두고 감성이 익어가는 게, 오히려 예술적인 완성을 위한 준비인지도 몰라요.
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루들은 "이렇게 살라고 태어났구나" 싶은 순간들이었어요. 혼자 밤하늘을 바라보며 글을 쓰거나, 우연히 들린 음악에 눈물 흘릴 때 말이죠. ISFP는 감성을 손가락 끝까지 느끼고, 그 리듬에 맞춰 살아가는 존재예요. 다른 사람의 기대치로 자신을 측정하기보다, 내 마음의 템포를 믿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