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서는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느라 분주하다. 이 대학교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Philip Zimbardo) 교수는 어느 실험을 주도하고 있었다. 그 실험 이름은,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Stanford Prison Experiment)이다. 이 실험은 인간의 심리가 특정한 사회적 역할과 환경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탐구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이 실험의 설계 목적은 권력과 권위의 구조가 개인의 행동과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려는 목적이었다. 시작할 때 이 실험이 엄청난 여파를 불러올 줄 아무도 모른 채 실험을 시작하게 되었다. ▶ 실험의 배경과 설계 1970년대 초, 미국 사회는 베트남 전쟁, 시민권 운동, 정치적 불안정 등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고 있었다. 이러한 사회적 맥락에서,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인간의 행동이 외부 환경과 역할에 의해 얼마나 쉽게 변화될 수 있는지를 탐구하고자 했다. 특히, 권위적인 환경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권력과 통제의 구조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을 이해하고자 했다. ▶ 실험의 목적 짐바르도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하고자 했습니다: ▷교도소와 같은 억압적인 환경에서,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가? ▷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권력을 박탈당한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심리적 변화가 발생하는가? ▷권력의 남용이 어떻게 발생하며, 어떤 조건에서 사람들이 비인간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가? ▶ 실험 설계 짐바르도 교수는 스탠퍼드 대학 심리학과 지하실을 가상 교도소로 만들었다. 그리고, 24명의 남성 대학생을 모집했다. 이들은 신문 광고를 통해 모집되었으며, 심리적, 신체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이 선별되었다. 참가자들은 무작위로 '간수(guard)' 역할과 '죄수(prisoner)' 역할을 맡게 되었다. ▷여기서 간수 역할, 간수로 선정된 참가자들은 경찰 스타일의 제복, 선글라스, 야구 방망이 등의 장비를 받았고, 교도소의 질서를 유지하고 죄수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들은 죄수들을 감시하고 통제할 권한을 가졌지만, 신체적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지시를 받았다. ▷죄수로 선정된 죄수역할을 하는 참가자들은 체포되어 스탠퍼드 대학의 가상 교도소에 구금되었다. 이들은 죄수복을 입고, 죄수 번호로만 불리며, 개인의 정체성은 철저히 박탈되었다. 죄수들은 실험 기간 동안 교도소 내부에서 생활하며, 간수의 지시에 따르고 일과를 수행해야 했다. ▶ 실험의 시작과 진행 ▷ 첫날: 새로운 역할의 시작 실험 첫날, 죄수 역할의 참가자들은 현지 경찰에 의해 자택에서 체포되었다. 참가자들은 진짜 체포된 것처럼 체험하게 되었고, 경찰차에 실려 스탠퍼드 대학의 가상 교도소로 이송되었다. 도착 후, 죄수들은 수갑이 채워지고, 죄수복으로 갈아입힌 후, 죄수 번호가 부여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참가자들에게 충격을 주었고, 그들의 정체성을 박탈하는 중요한 첫 단계였다. 간수 역할의 참가자들은 진짜 간수처럼 행동할 것을 지시받았으며, 죄수들을 감시하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규칙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간수와 죄수 모두 각자의 역할에 적응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 둘째 날: 갈등의 시작 실험 둘째 날, 죄수들 사이에 불만이 터져 나왔다. 몇몇 죄수들은 간수들의 통제와 권위에 반발하며 저항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교도소 문을 바리케이드로 막고, 죄수복을 벗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으려는 시도를 했다. 이 반란은 간수들을 더욱 강경하게 만들었다. 간수들은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더욱 강압적인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죄수들에게 규율을 어기면 가혹한 체벌을 가하도록 하였고, 반항적인 죄수들에게는 독방 감금을 실시했다. 간수들은 죄수들의 이름 대신 번호로만 부르며, 그들의 인간성을 더욱 박탈하려 했다. ▷ 셋째 날부터: 권력 남용의 심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간수들은 점점 더 권력을 남용하기 시작했다. 일부 간수들은 죄수들을 심리적으로 괴롭히고, 조롱하며, 모욕적인 행동을 강요했다. 예를 들어, 죄수들에게 반복적으로 팔굽혀펴기를 시키거나, 무의미한 명령을 내리며 복종을 요구했다. 간수들은 자신들의 권위를 유지하고 죄수들을 통제하기 위해 다양한 처벌 방법을 고안했다. 죄수들은 점점 더 무기력해졌고, 일부는 심리적 스트레스와 불안을 호소했다. 몇몇 죄수들은 극심한 정서적 불안 상태에 빠져 실험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죄수들 사이에서는 반란과 저항이 점점 줄어들었고, 대다수는 간수들의 권위에 순응하게 되었다. ▶ 실험의 절정과 중단 실험이 진행됨에 따라, 간수들의 행동은 점점 더 가혹해졌다. 일부 간수들은 죄수들을 밤새도록 깨워 자지 못하게 하거나, 물리적으로 힘들게 하는 작업을 강요했다. 또한, 간수들은 죄수들 간의 갈등을 유발하여 서로를 적대시하게 만들었고, 이를 통해 통제력을 강화했다. 이러한 행동들은 모두 권위와 권력의 구조가 사람들의 행동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었다. 간수 역할을 맡은 참가자들은 자신의 행동이 실험이라는 설정 속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잊고, 점점 더 권력을 남용하는 데 집중하게 되었다. ▶ 실험의 중단 실험은 원래 2주간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단 6일 만에 중단되었습니다. 몇 가지 주요 사건이 실험 중단을 결정하게 만들었다. 실험에 참여한 일부 연구진과 외부 관찰자들은 실험이 참가자들에게 심리적, 정서적 고통을 초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교도소 환경이 죄수 역할의 참가자들에게 극심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짐바르도의 동료이자 후에 그의 아내가 된 심리학자 크리스티나 마슬락(Christina Maslach)이 실험 현장을 방문했을 때, 죄수들의 상태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짐바르도에게 실험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마슬락의 개입은 짐바르도가 실험을 중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여러 죄수 역할의 참가자들이 심리적으로 붕괴하는 징후를 보였다. 일부는 극도의 불안을 호소하고, 공황 발작을 일으키거나 탈진 상태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실험을 계속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 실험의 결과와 발견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은 인간의 심리가 사회적 역할과 권위의 구조에 의해 얼마나 쉽게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예를 제공했다. 역할 내재화(Role Internalization)라고 한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을 빠르게 내재화했다. 간수 역할의 참가자들은 권력을 남용하고 죄수들을 통제하려 했으며, 죄수 역할의 참가자들은 무기력해지고, 순응적이 되었다. 이는 역할이 사람들의 행동과 정체성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권력의 구조가 주어졌을 때, 간수 역할의 참가자들은 권력을 남용하고 죄수들을 비인간적으로 대했다. 이는 권위적 환경에서 사람들이 쉽게 비인간적인 행동을 하게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험은 상황적 요인이 개인의 행동에 미치는 강력한 영향을 강조했다. 짐바르도는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라는 개념을 언급하며, 평범한 사람들도 특정 상황에서 비도덕적이고 비인간적인 행동을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은 인간의 심리가 특정한 사회적 역할과 환경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탐구한 중요한 심리학 연구로, 권력과 권위의 구조가 개인의 행동에 미치는 강력한 영향을 보여주었다. 비록 윤리적 논란이 있었지만, 이 실험은 현대 심리학 연구와 윤리적 기준의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 실험은 권위와 권력 남용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인간의 본성과 행동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 내 생각 정리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은 사람의 사회적 역할과 환경이 그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아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물론 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실험을 다른 사람에게 했을 때 똑같은 결과가 나오리라고는 장담할 순 없다. 하지만 사람에게 어떤 권한을 주었을 때, 그 사람의 역할에 충실하게 되면 다른 사람을 이해하거나 공감하는 태도는 뒷전이 되어 버려 자신의 역할에만 충실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실험일 뿐인데"라고 하며 실험하는 동안 그냥 별 탈 없이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종결할 수도 있다. 개인의 성향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보는데, 자신에게 어떤 역할이 주어졌을 때 그것을 충실히 하는 것이, 다른 사람을 억압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면서 까지 행해야 하는 일이라면... 어떻게 할지는 사람마다 다른 결과가 나올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한 권한을 정식으로 허가받은 이후, 그 역할에 충실해야 함을 누군가로부터 강요 받게 된다면, 그 이면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 억압할 수도 있다고 본다. 역할의 충실이냐,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냐, 그런데 여기서 일반 회사나 조직생활에서도 똑같이 나오는 특징이 있다. 어차피 회사 나가면 모두 같은 동료들이었고 같을텐데, 라고 하며 회사 내에서의 역할보다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자신의 역할에만 충실해서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든 안보든 상관없이 자신의 역할, 목적에만 충실한 사람이 있기도 하다. 자신에게 어떤 권한이 있든 없든 일관된 자세로 자신의 가치관을 지켜 나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역할론에만 매몰되어 있을 경우 원활한 인간관계가 만들어지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런 역할론에 충실한 사람이 갑자기 그 역할을 잃었을 땐 우울증과 극심한 심적 고통, 상실감이 몰려 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고, 세상의 허무함과 자신의 노력이 물거품 된 것에 대한 무기력증도 올 수 있다. 역할보다 사람이 먼저다. 역할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면 자신의 가치관으로 거역할 줄도 알아야 함을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