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에 끝나는 미팅, 오전 9시 반까지 세수와 아침 준비. 내 계획표를 보고 친구가 웃으면서 말했어요. "이렇게까지 정확하게 스케줄 짤 필요 없잖아?" 하지만 저는 '예상치 못한 일'에만 신경 쓰면 된다는 사실이 너무 불안해요. 어제 계획대로 흘러가다 갑자기 지각 통보를 받았어요. 그 순간 손바닥에 땀을 흠뻑 묻히며 머릿속이 전전긍긍했죠. "왜 나만 이럴까? 완벽하게 준비했는데..." 이런 자책감은 하루 종일 따라다녔어요.
친구가 힘들어할 때, 저는 먼저 "그 문제 해결하는 방법은?"을 묻고 싶어요. 감정 표현보다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요. 하지만 친구가 오히려 멀리 돌아서는 걸 보면, 내 행동이 완전히 빗나간 건지 망설여지기도 해요. 한번은 업무 실수로 울던 동료에게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주었어요. "이 단계만 지키면 다시 안 일어날 거야." 그런데 그 분은 오히려 손을 휘두르며 말했죠. "그냥 위로해줘!" 이런 반응에 저는 완전히 당황했습니다.
친구가 세 번 연락 없이 사라졌을 때, 저는 스스로를 속였어요.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2주째 소식이 없자 마음 한켠에 씁쓸함이 차올랐죠. 약속은 제게 너무나 중요한 것이었는데, 상대방에게는 달리 보였던 모양입니다. 정리할 때도 감정적으로 흘려보내지 않아요. 친구의 전화번호를 지우기 위해 3일간 고민했고, 그때마다 "이분이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가?" 스스로 묻었어요. 결론은 차갑게 보였지만, 제겐 정리된 마음이 더 필요했습니다.
형님과 갈등한 기억이 있어요. 집안일로 감정적으로 힘든 그를 보고, 저는 즉각적인 해결책을 제시했죠. "이렇게 하면 30분 안에 끝낼 수 있어." 하지만 형님이 오히려 눈물을 글썽이며 화를 내는 걸 보니 제가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머니께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받을 때도, 저는 논리적 설득으로 문제를 풀려 합니다. "그건 이렇게 바꿔서 보면..." 이런 말에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이시면 마음 한켠에서 작은 승리를 느끼기도 하죠.
주말에는 텃밭 정리나 책 읽기를 좋아해요. 혼자만의 세계로 뛰어들 때 가장 자신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이 갑작스럽게 모임을 제안하면 속으로 차갑게 웃고, "다음 주에 만나는 게 어때?"라고 말하죠. 동아리에서 총무를 맡았을 때, 저는 일정표부터 만들어 배포했어요. "이런 걸 누가 원하지?"라는 눈총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그 계획서로 모든 일이 잘 돌아갔다는 피드백을 받았을 땐 꽤 자랑스럽기도 했습니다.
처음 애인이 될 때, 저는 "사랑해"를 말하는 게 너무 어색했어요. 그 대신 아침마다 밥을 차려주고, 작은 실수에도 곧바로 정리정돈해서 보여줬죠. 하지만 그분이 왜 그런지 계속 힘들어하는 걸 보면, 제가 표현 방식에서 문제가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엄마께 "오늘 고생 많았다"고 말하는 게 아직도 부끄러워요. 하지만 엄청난 실수를 할 때마다 꾸준히 전화로 안부를 묻거나, 좋아하시는 갈비탕을 직접 구워드리는 건 제 방식의 "사랑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ISTJ 모임에서 만난 분들이 저에게 큰 위로가 됐어요. "나도 매일 체크리스트를 쓰는데, 누군가 '미쳤다'고 말할까 봐 항상 숨겨요."라는 고백을 들었을 때, 이건 단지 제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완벽주의자가 아닌 ISTJ들도 있지만, 모두 공통점이 있어요. 예상치 못한 계획 변경에 스트레스를 받고, 감정 표현이 서툴며, 약속을 지키는 것에 강박을 느끼죠. 이걸 알고 보면, 우리가 힘들어하는 이유가 특별하지 않다는 점에서 오히려 위로받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