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거래 계약서에 사인했는데, 갑자기 범죄자 신세가 되었다? (94도2091)


토지 거래 계약서에 사인했는데, 갑자기 범죄자 신세가 되었다? (94도2091)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1991년 8월, 부산 북구에 위치한 21,521㎡의 임야를 매매하는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매도인은 신복춘 등 4명, 매수인은 피고인과 공모자였으며, 계약 금액은 무려 6억 7,500만 원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거래에 관할 관청의 허가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원심(1심) 법원은 이 계약이 국토이용관리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유죄 판결을 내렸지만, 대법원은 이 판결을 파기하며 "진짜 문제의 핵심은 계약서에 '허가 없이 거래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었는지"에 달렸다고 지적했습니다.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고, 왜 그렇게 본 걸까요?

대법원은 "국토이용관리법 제31조의2가 처벌하는 행위란, 처음부터 '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도피)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한정된다"고 명시했습니다. 즉, "허가받을 것을 전제로 한 거래"라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다는 것이 핵심 논리입니다. 원심은 이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피고인의 행위를 단순하게 "허가 없이 거래했다"는 이유로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과연 어떤 방법으로 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하는 계약서를 작성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피고인은 어떤 주장을 했나요?

피고인은 다음과 같은 주장을 제기했습니다. 1. "토지 분할 후 일부에만 허가받아 이전등기한 것은, 건축허가를 받기 위한 절차상의 필요성 때문이었다." 2. "잔대금 일부를 결제하지 않은 것은, 전체 토지에 대한 허가 획득이 어려웠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유에 의한 것이다." 3. "결코 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할 의도가 없었다." 원심은 이 주장들을 반영하지 않고, 대법원은 이를 인용하며 "피고인의 진술과 증거를 종합해 계약의 본질이 허가 배제 계약인지 여부를 재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결정적인 증거는 뭐였나요?

대법원이 재심을 요구한 결정적인 증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피고인과 공모자가 매매 후 2,858㎡를 분할해 부산북구청장의 허가를 받은 사실 2. 피고인이 "건축허가를 받기 위해 일부만 먼저 허가받았다"는 진술 3. 잔대금 일부를 결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설명 원심은 이 증거들을 "허가 없이 거래했다"는 점만 강조했지만, 대법원은 "이 증거들은 오히려 허가 받기 위한 절차적 차질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나도 처벌받을 수 있나요?

아래 두 가지 경우에만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1. 계약서에 "허가 없이 거래한다"는 내용이 명시적으로 기재된 경우 2. "관청의 허가를 받을 수 없는 조건"으로 계약이 체결된 경우 반면, "허가를 받을 것을 전제로 계약서를 작성했다가, 후에 허가가 떨어지지 않아 계약이 무효화된 경우"는 범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토지 매매 계약서에 "관청 허가 받으면 즉시 이전등기한다"는 조건이 명시되어 있다면, 후속 허가 실패로 인해 계약이 파기되더라도 범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흔히 오해하는 점은?

1. "토지 거래 시 관청 허가가 없으면 무조건 범죄다"는 오해 → 허가 없이 계약서를 작성해도, "허가 받기 위한 절차 중"이라면 범죄가 아닙니다. 2. "잔대금 미결제 = 허가 배제 의도"라는 오해 → 잔대금 미결제는 다양한 사유(예: 자금 조달 문제)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3. "계약서에 허가 관련 내용이 없으면 무조건 범죄"라는 오해 → 계약서에 "허가 받을 것을 전제로 한다"는 내용이 있다면, 허가 실패 시에도 범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처벌 수위는 어떻게 나왔나요?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국토이용관리법 위반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했습니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피고인은 이 범죄로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만약 유죄 판결이 유지되었다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었습니다(국토이용관리법 제31조의2 제2항).

이 판례가 사회에 미친 영향은?

1. "허가 없이 계약 → 무조건 범죄"라는 기존 인식의 전환 → 계약서의 구체적 내용과 계약 당사자의 의도를 고려해야 합니다. 2. 토지 거래 시 계약서 작성 시 "허가 관련 조항"의 중요성 강조 → "허가 받기 위한 계약"과 "허가 배제 계약"을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3. 법원과 검찰의 수사 방향 변화 → 단순한 "허가 미준수"보다 "고의적 허가 배제 의도"를 입증해야 합니다.

앞으로 비슷한 사건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요?

1. 계약서의 구체적 내용 분석이 필수화될 것입니다. → "허가 없이 계약"이 명시된 경우와, "허가 받기 위한 계약"을 엄격히 구분합니다. 2. 계약 당사자의 진술과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입니다. → 예: 잔대금 미결제 사유, 분할 허가 신청 경위 등. 3. "허가 배제 의도"의 입증을 위해 추가 증거가 요구될 것입니다. → 채팅 기록, 이메일, 회계 장부 등 계약 외 자료도 함께 검토됩니다. 이 판례는 단순한 "형사 처벌"을 넘어, 토지 거래 시 계약서 작성 방법 자체를 바꾸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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