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농장에서 3,000마리 이상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었다. 채권자가 채무자를 압류하기 위해 가압류를 신청했고, 법원에서는 가압류를 허가했다. 그러나 집행관은 돼지의 정확한 숫자를 세지 않고, 채권자와 채무자 측 직원들의 진술만 바탕으로 가압류를 실행했다. 문제는 집행관이 돼지를 30kg, 40kg, 60kg, 90kg로 나누어 각각 1,000마리씩 가압류하고, 나머지 약 100마리는 병든 돼지라서 담보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가압류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가압류집행 이후, 농장주와 직원들은 가압류된 돼지의 일부를 농장 밖으로 반출하고, 대신 새로운 돼지를 입사시켰다. 이 과정에서 농장주와 직원들은 전체 돼지 수가 3,000마리로 유지되도록 지시했다. 이 사건은 가압류의 유효성 및 공무상표시무효죄의 성립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된 사건이다.
원심법원(서울지법)은 가압류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유는 가압류공시서의 기재가 불분명하고, 돼지를 특정하지 못해 가압류가 유효하지 않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고인(농장주와 직원들)이 돼지를 처분한 행위도 공무상표시무효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달리 했다. 대법원은 가압류공시서의 기재 내용을 전체적으로 보면,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던 돼지 전체가 가압류목적물로 특정되었다고 판단했다. 비록 정확한 중량을 측정하지 않고, 100마리 정도를 제외했다고는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하면 가압류는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피고인들은 가압류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가압류공시서의 기재가 불분명하고, 돼지를 특정하지 않아 가압류가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한 것이다. 또한, 가압류가 무효라면 그 후의 처분 행위도 공무상표시무효죄가 성립하지 않다고 주장한 것이다.
결정적인 증거는 가압류집행 당시의 상황과 이후 피고인들의 행동이었다. 가압류집행 당시, 농장에는 3,100여 마리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었고, 집행관은 정확한 숫자를 세지 않고 채권자 및 채무자 측 직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가압류를 실행했다. 또한, 피고인들도 가압류된 돼지를 반출하고 새로운 돼지를 입사시키면서 전체 수를 3,000마리로 유지하라고 지시한 사실 등이 증거로 제출되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증거들을 종합해 가압류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가압류공시서의 기재 내용 전체를 보면,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던 돼지 전체가 가압류목적물로 특정되었다고 본 것이다.
공무원이 실시한 봉인 또는 압류 등 강제처분의 표시가 객관적으로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실시한 것으로 인정될 경우, 그 절차상 또는 실체상의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취소되지 않는 한 공무상표시무효죄의 객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유사한 상황에서 강제처분 표시를 은닉하거나 손상시켰다면 공무상표시무효죄가 성립할 수 있다.
가압류공시서에 기재상의 흠이 있어도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해 목적물이 특정되었다면 가압류는 유효할 수 있다는 점을 오해하기 쉽다. 또한, 공무상표시무효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강제처분 표시가 객관적으로 유효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기 쉬운 것이다.
이 사건에서는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했다. 따라서 피고인들에 대한 처벌 여부는 원심법원의 재심을 기다려야 한다. 공무상표시무효죄의 처벌 수위는 형법 제140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 판례는 유체동산의 가압류집행에서 공시서의 기재 내용이 전체적으로 목적물을 특정할 수 있다면 가압류는 유효하다는 점을 확립했다. 또한, 공무상표시무효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객관적인 기준을 적용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는 향후 유사한 사건에서의 판결 기준이 될 것이다.
향후 유사한 사건에서 가압류공시서의 기재 내용이 전체적으로 목적물을 특정할 수 있다면 가압류는 유효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공무원의 강제처분 표시가 객관적으로 유효한지 여부가 공무상표시무효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 될 것이다. 따라서 강제처분 표시를 은닉하거나 손상시킬 경우, 그 강제처분 표시가 객관적으로 유효한지 여부를 꼼꼼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