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7월 29일, 한 종이공급업체 대표인 피고인은 피해 회사를 속여 2억 3,500만 원의 선수금을 받아냈다. 당시 피고인은 "선수금을 주면 30톤의 종이를 납품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납품할 의도나 능력이 없었다는 것이 경찰의 주장이다. 피고인은 이 돈을 받아서 다른 업체에 선수금을 주며 종이를 공급받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 업체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약속어음이 부도가 나버렸다. 결국 피고인은 피해 회사에 약속한 종이를 납품하지 못했다.
대법원은 1심과 2심의 판결을 파기했다. 핵심 논리는 "사기죄는 재물을 받은 시점의 의도와 능력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피고인이 선수금을 받은 당시에는 실제로 종이를 납품할 의도와 능력이 있었다. 이후 경제적 어려움으로 납품이 불가능해졌지만, 이는 단순한 민사상의 계약 위반에 불과하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피고인은 자신의 변호를 통해 "초기에는 진심으로 계약 이행할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수금을 받아 다른 업체와 계약하며 종이를 공급받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 업체가 부도가 나면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피고인은 또한 "선수금을 받은 후 1달 만에 부도가 난 것은 우연의 일"이라고 주장하며, 처음부터 사기 의도 없이 계약한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1심과 2심에서는 피고인의 진술, 증인 진술, 수사 기록, 위조된 약속어음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사기 의도를 증명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주목한 것은 피고인이 선수금을 받은 당시의 객관적 사정이었다. 예를 들어, 피고인이 다른 업체와 계약하며 실제로 종이를 공급할 계획이 있었다는 점, 그리고 부도가 난 것이 계약 체결 후 1달 후라는 점 등이 고려되었다.
만약 계약서에 서명하고 선금을 받은 후, 갑작스러운 경제적 어려움으로 계약 이행이 불가능해져도, 즉시 피해자에게 알리고 협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처음부터 이행 의도가 없었다면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대법원의 판결은 "계약 시점의 의도와 능력"을 강조한다. 따라서 계약 체결 시에는 반드시 이행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만약 이행이 불가능할 경우, 즉시 피해자에게 사실을 알리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1. "계약 후 이행이 불가능해지면 자동으로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오해가 있다. 대법원은 "계약 시점의 의도와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 "선수금을 받았다면 반드시 계약 이행해야 한다"는 생각도 오해다.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이행이 불가능해도,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처음부터 이행 의도가 없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1심과 2심에서는 피고인을 사기죄로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파기하며,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따라서 피고인은 사기죄로 처벌받지 않았다. 대신, 피고인은 민사상 채무 불이행으로 피해 회사에 대해 배상 책임이 있을 수 있다. 형사상 처벌은 받지 않지만, 민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판례는 "사기죄의 성립 조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계약 시점의 의도와 능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계약 이행 불능을 사기죄로 단정하지 않도록 했다. 이 판결은 사업자들 사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계약 체결 시에는 반드시 이행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하며, 갑작스러운 어려움에 대비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었다.
앞으로도 계약 시점의 의도와 능력을 중심으로 사기죄 여부가 판단될 것이다. 만약 처음부터 이행 의도가 없었다면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이행이 불가능해졌을 뿐이라면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을 것이다. 대법원의 판결은 계약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계약 체결 시에는 반드시 이행 가능성을 검토하고, 만약 이행이 불가능해지면 즉시 피해자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