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7월 4일 새벽, 강릉시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자 A(15세)는 평소 알고 지내던 피고인 B에게서 끔찍한 폭행을 당했다. B는 먼저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 문을 잠그고, 부엌에서 날카로운 과도를 가져왔다. 피해자가 TV를 보고 있던 침대에 누워있자, B는 "옷을 벗으라"며 위협했다. 피해자가 저항하자, B는 과도를 들이대며 "옷을 찢어버리기 전에 벗어라. 칼로 등에 문신을 새기겠다"고 협박했다. 이 위협에 피해자는 결국 옷을 벗고 B의 성기를 입에 물어야 했다. B는 피해자를 강간한 후, 과도를 옆에 둔 채 계속 추행했고, 다시 강간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강간죄와 강제추행죄가 '실체적 경합범'이 아니라 '단순일죄'로 판단했다. 왜냐하면 B의 추행행위(강제추행)가 강간행위의 '연장'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강간 후 immediately 이어진 추행은 동일한 장소와 시간, 의도에서 나온 행동으로 평가됐다. 법원은 "강간 후 계속 추행하면서 다시 강간하려 했다면, 이는 처음 강간행위의 일부"라 해석했다. 따라서 강제추행죄는 별도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피고인 B는 두 가지 주요 주장을 했다. 첫째, "술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B는 범행 당시 술을 마셔서 판단력이 떨어졌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주량, 음주 후 범행까지의 시간, 범행 전후의 행동 등을 고려해 "술에 취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둘째, "양형이 너무 무겁다"는 항소였다. 원심이 선고한 징역 4년을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상고심은 이를 기각했다.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피해자 A의 진술과 B의 진술이 일치하는 부분이었다. 두 진술 모두 B가 강간 후 과도를 들고 추행했으며, 다시 강간하려 했다는 점에서 일치했다. 특히, B가 "칼로 등에 문신을 새기겠다"고 위협한 점은 강제추행의 성질을 강화하는 증거로 작용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추행이 강간행위의 연장선으로 보았기 때문에 별도 처벌하지 않았다.
만약 누군가가 강간 후 추가적인 추행을 한다면, 반드시 다음과 같은 요소를 확인해야 한다. 1. 추행이 강간행위의 '연장'인지, 별개의 의도로 인한 것인지가 핵심이다. 2. 장소, 시간, 방법 등이 동일한지 여부도 중요하게 고려된다. 3. 만약 강간 후 다른 장소에서 다른 방식으로 추행했다면, 강제추행죄가 별도로 성립할 수 있다. 즉, 단순한 '연장행위'가 아니라 새로운 범죄의도가 있다면 추가 처벌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강간 후 추행까지 했다면, 강제추행죄도 별도로 처벌해야 한다"고 오해한다. 하지만 법원은 "강간과 추행이 동일한 의도와 맥락에서 이루어졌다면, 일죄로 처리한다"고 판단한다. 또한, "술에 취해 범행했다면 처벌이 면제된다"는 오해도 있다. 하지만, 법원은 "술에 의한 심신장애가 극심하지 않다면, 형이 감경될 뿐 면제되지는 않는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피고인 B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원심에서 징역 4년으로 선고받았지만, 상고심은 형을 감경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B에겐 전과가 없었다. 2. 피해자에게 1,200만 원을 지급하며 합의했다. 3. B가 잘못을 뉘우치는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정상을 참작해 형을 감경하고, 4년간의 집행유예를 결정했다.
이 판례는 성폭력 사건에서의 '경합범' 판단 기준을 명확히 했다. 강간과 강제추행이 동일한 맥락에서 이루어졌다면, 일죄로 처리한다는 원칙을 확립했다. 이는 성폭력 범죄에 대한 법원의 엄격한 기준을 보여주는 동시에, 무분별한 중복 처벌을 방지했다. 또한, 피해자에게 더 큰 정신적 고통을 줄 수 있는 중복 처벌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앞으로도 강간과 강제추행이 동일한 맥락에서 이루어졌다면, 일죄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강간 후 다른 장소나 방법으로 추가적인 추행이 있다면, 별도 처벌될 수 있다. 법원은 항상 "범행의 의도, 장소, 시간, 방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다. 따라서, 성폭력 사건에서 무분별한 중복 처벌을 피하려면, 정확한 증거와 진술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