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2월, 제16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노사모) 회원들과 국민참여운동본부 회원들이 '희망돼지'라는 이름의 돼지 모양 저금통을 만들어 일반인들에게 배포한 사건입니다. 이 행위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보였지만, 법원은 이 행위를 선거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 1은 회사원, 피고인 2는 대학생으로, 이들은 자발적으로 노사모에 가입해 활동해 오던 사람들입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두 가지 핵심적인 판단을 내렸습니다. 첫째, '희망돼지' 저금통이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하는 '기타의 광고물'에 해당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을 위한 광고물 설치 등을 금지하지만, 이 법에서 말하는 '광고물'은 옥외광고물관리법에서 정의하는 '상시 또는 일정기간 계속하여 공중에게 표시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희망돼지'는 일반인의 가정 등 공중이 볼 수 없는 장소에 비치되어 돈 모으는 용도로 사용될 뿐, 공중에게 지속적으로 노출되지 않았습니다. 둘째, 돼지저금통 회수를 위한 연락처 수집이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하는 '서명행위'에 해당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서명행위는 선거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지 또는 반대 의사가 포함되어야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단순히 회수용 연락처를 기재한 것이었습니다.
피고인들은 다음과 같은 주장을 했습니다. 첫째, '희망돖지 분양사업'은 불투명한 선거자금 문화를 바꾸고 깨끗한 돈으로 선거를 치르자는 정치적 개혁 운동이었으며, 특정 후보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둘째, 희망돼지 저금통은 일반적인 돼지 모양 저금통에 불과하며, 특정 후보를 광고하거나 지지하는 내용이 담긴 광고물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셋째, 돼지저금통 회수를 위해 연락처를 기재하게 한 행위가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하는 서명행위에 해당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증거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렸습니다. 첫째, 희망돼지 저금통의 형상과 내용입니다. 이 저금통은 투명한 재질의 일반 돼지 모양 저금통으로, 색깔은 형광빛이 도는 붉은색, 녹색, 노랑색이었습니다. 옆면에는 '보통사람들이 만드는 살맛나는 세상 희망돼지'라는 문구와 전화번호가 인쇄되어 있거나, 회수를 위한 연락처를 기재할 수 있도록 인쇄된 스티커가 붙어 있었습니다. 둘째, 피고인들이 행한 구체적인 행위입니다. 피고인들은 노상에 간이 탁자를 설치하고, 그 위에 희망돼지 분양/수거 명부, 후원금 모금함, 스티커, 희망돼지 저금통 등을 올려놓은 상태에서 "희망돼지를 분양하고 있습니다, 돼지분양에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깨끗한 정치를 위해 희망돼지를 나눠주고 있습니다, 돼지저금통을 채우셔서 돼지저금통 옆에 있는 전화번호로 연락주시면 수거방법을 알려드립니다." 등의 발언을 하며 저금통을 배포했습니다. 셋째, 피고인들의 진술과 경찰 진술조서입니다. 이 모든 증거들을 종합하여 법원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의 판단 기준을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는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첫째,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된 광고물을 공중이 볼 수 있는 장소에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경우입니다. 둘째, 선거운동을 위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구체적인 의사가 포함된 서명이나 날인을 받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노무현 후보를 지지합니다"라는 문구에 서명하게 하는 경우와 같은 구체적인 지지 의사 표현이 포함된 행위는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사람들이 흔히 오해하는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모든 선거운동 관련 행위가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생각하는 점입니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도 '희망돼지' 분양 행위가 선거운동으로 보였지만, 법원은 이를 광고물로 보지는 않았습니다. 둘째, 서명행위라면 모두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생각하는 점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연락처 수집이 서명행위로 오해될 수 있지만, 법원은 이를 구체적인 지지 의사 표현으로 보지는 않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에게는 무죄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만약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이 나면, 광고물 관련 위반의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 서명행위 관련 위반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이 판례는 선거운동의 자유와 공정한 선거권 보장의 균형을 고려할 때, 매우 중요한 법적 지침이 되었습니다. 첫째, 선거운동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공정한 선거를 보장하기 위한 기준을 명확히 했습니다. 둘째, 새로운 형태의 선거운동(예: SNS를 통한 선거운동)이 증가하고 있는 현재, 이 판례는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선거운동을 평가할 때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입니다. 셋째, 정치자금 모금 방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시했습니다. '희망돼지'와 같은 혁신적인 모금 방식이 허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정치자금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의 변화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앞으로 similar한 사건이 발생하면, 법원은 이 판례의 원칙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첫째, 해당 행위가 '상시 또는 일정기간 계속하여 공중에게 표시되는 것'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할 것입니다. 둘째, 해당 행위가 구체적인 지지 또는 반대 의사를 포함하는 서명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할 것입니다. 만약 새로운 형태의 선거운동이 등장하면, 법원은 기존 판례를 참고하면서도 새로운 기술이나 매체의 특성을 고려하여 유연한 판단이 필요할 것입니다. 셋째, 정치적 개혁 운동과 선거운동의 경계를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정치적 개혁 운동이라는 주장이 있었으나, 법원은 이 행위가 동시에 선거운동의 목적도 포함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