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한국의 정치와 경제계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 현대그룹은 북한에 총 4조 5,000억 원이라는 거액을 송금했다. 이 자금은 현대그룹의 여러 계열사(현대상선, 현대건설, 현대전자)에서 조달된 것으로, 한국산업은행에서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대출된 자금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대출 과정에서 한국산업은행 총재와 영업1본부장은 현대그룹의 재정 상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신용한도 초과에도 불구하고 대출을 승인했다. 이 자금은 결국 북한에 송금되었으며, 이는 남북정상회담과 연관된 정치적 고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여러 가지 법적 문제를 판단해야 했다. 첫째, 이 대출이 비정상적인 절차로 이루어졌는지 여부, 둘째, 이 대출이 현대그룹의 재정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부당한 행위인지, 셋째, 이 대출이 정치적 고려에 따른 것인지를 평가했다. 법원은 한국산업은행의 대출 절차가 비정상적이었음을 인정했다. 특히, 현대상선의 신용한도를 초과한 대출이 이루어졌으며, 이를 검토하기 위한 기본적인 절차(부채현황표 및 자금수급계획서 검토 등)가 생략되었다. 또한, 현대건설에 대한 사모사채 인수도 신용평가 등급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담보나 보증 없이 이루어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법원은 또한, 이 대출이 정치적 고려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통치행위론을 적용해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했다. 그러나 법원은 통치행위론을 적용하지 않고, 이 대출이 형사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피고인들은 여러 가지 변명과 방어 전략을 제시했다. 먼저, 한국산업은행 총재와 영업1본부장은 현대그룹의 재정 상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점에 대해,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햇볕정책과 남북정상회담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현대그룹의 관계자들은 대북송금이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통치행위론을 적용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즉,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고 해도, 형사법 위반 행위는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의 결정적인 증거는 한국산업은행의 내부 문서와 현금흐름 분석이었다. 한국산업은행은 현대상선에 대한 대출 심사 과정에서 부채현황표와 자금수급계획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 또한, 현대건설에 대한 사모사채 인수도 신용평가 등급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담보 없이 이루어졌다. 현금흐름 분석은 현대상선이 대출금을 상환할 능력이 없음을 증명했다. 법원은 현대상선이 2000년 6월 30일 만기 시 3,406억 원의 현금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여신승인신청서에 "만기 시 여유자금 594억 원"이라고 기재한 점을 지적했다.
이 사건은 일반적인 기업이나 개인에게 적용될 수 있는 법적 원칙과 관련이 있다. 첫째, 신용한도 초과 대출은 은행 업무상 부주의에 해당할 수 있다. 둘째, 담보 없이 신용평가 등급이 낮은 기업에 대한 대출은 특경법상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이 사건은 정치적 고려가 개입된 특수한 사례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이나 개인이 정치적 고려로 인해 부당한 대출을 받았다고 해도, 법원은 정치적 고려를 고려하지 않고, 형사법 위반 여부만 평가한다. 따라서, 이 사건과 유사한 상황에서 일반인이 처벌받을 수 있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사건에서 흔히 오해하는 점은 "정치적 고려가 있으면 형사법 위반이 면제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통치행위론을 적용하지 않고, 형사법 위반 여부를 별도로 평가했다. 즉,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고 해도, 형사법 위반 행위는 별도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오해는 "대북송금이 통치행위이기 때문에 형사법 위반이 아니다"는 것이다. 법원은 대북송금이 통치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며, 형사법 위반 여부는 별도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 사건의 피고인들에게 다음과 같은 처벌을 내렸다. 한국산업은행 총재와 영업1본부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배임)죄로 유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현대그룹의 관계자들은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법원은 피고인들의 형을 감경했다. 특히, 한국산업은행 총재와 영업1본부장은 형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며, 현대그룹의 관계자들 중 일부도 형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피고인들의 나이와 건강 상태, 그리고 사후에 환수된 대출금 등을 고려해 형을 감경했다.
이 판례는 한국 사회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쳤다. 첫째, 통치행위론의 한계를 명확히 했다. 즉, 통치행위론은 정치적 고려가 개입된 행위에 대해 사법심사를 자제하는 이론이지만, 형사법 위반 여부는 별도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둘째, 은행의 대출 절차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다. 이 사건 이후, 한국은행은 신용한도 초과 대출과 신용평가 등급이 낮은 기업에 대한 대출에 대해 더욱 엄격한 규제를 도입했다. 셋째, 대북송금과 같은 국제적 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외국환거래법은 대북송금과 같은 거래에 대해 더욱 엄격한 신고 의무를 부과하게 되었다.
앞으로 비슷한 사건이 생기면, 법원은 이 판례를 참조해 형사법 위반 여부를 평가할 것이다. 특히, 신용한도 초과 대출과 담보 없는 대출에 대해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것이다. 또한, 정치적 고려가 개입된 행위에 대해 사법심사를 자제하는 통치행위론의 적용 범위를 명확히 할 것이다. 즉, 통치행위론은 정치적 고려가 개입된 행위에 대해 사법심사를 자제하는 이론이지만, 형사법 위반 여부는 별도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다. 대북송금과 같은 국제적 거래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규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외국환거래법의 신고 의무와 감시 시스템을 강화해, 대북송금과 같은 거래가 부당한 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도록 할 것이다.